내 마음 지키기

마음 다스리기

by 고아함


살다 보면 예기치 않았던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뜻했던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매우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 일이 순조롭고 평탄하게만 이루어진다면 인생사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인생은 매우 신묘막측(神妙莫測) 한 것이어서 어떤 일은 순탄하게 이루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일은 힘들게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고생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심적인 고통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지 않던가!


마음이 심란하고 괴로움이 스미면 홀연히 집을 나서 산사를 가곤 한다. 불공을 드리러 가는 것은 아니고 고요하고 한적한 기운이 좋아 삶의 번민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산사를 향해 터벅터벅 흙길을 걷다 보면 들판의 풍경도 보게 되고 바람도 쐬며 직면한 걱정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여유를 갖게 된다.

오가는 이 없는 한적한 산사에 들어선다. 처마 끝에 대롱거리는 풍경이 바람 따라 움직인다. 산사의 적요가 사르르 흐트러지며 청명한 울림이 퍼져나간다. 느리고도 잔 여린 평화로운 울림,

그 기운을 느끼며 소용돌이쳤던 가슴의 번민을 삭여 본다.

파란 하늘과 산, 맑은 공기의 산사 뜨락에 내가 홀로 서 있다. 고요한 마음의 평정이 살포시 스며온다.

졸졸졸 흘러내리는 산사의 약수 소리도 들린다. 소리를 따라 발길 돌려 약수터에 다가가니 참새 떼들이 먼저 홀연히 날아와 화강석 웅덩이 가에 모였다.

고인 물을 분주히 찍다 짹짹거려 노닐고 가까이 온 날 발견하곤 후다닥 자리 비켜 날아가 버린다.

심산 줄기에서 흘러나오는 약수이런가. 작은 조롱박에 정성스레 받아 심호흡하며 천천히 마셔 본다. 달고도 차갑다. 마음 씻기는 맑은 기운이 몸속 가득 번진다.

뜨락을 끼고 울타리를 이룬 대나무들이 보인다. 잎새들이 찬 바람결에 살며시 흔들리며 사각사각, 고즈넉한 승방의 마루와 닫혀있는 문에 고요가 흐른다.

인기척은 나지 않는데 승방의 댓돌엔 새하얀 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정갈하다. 청빈과 절제, 물욕을 초월한 맑은 경건이 흰 고무신에서 배어 나온다.

마음에 평화가 잔잔히 스미는 것 같다. 모든 욕심을 버리고 흰 고무신처럼 살면 이렇듯 마음이 편안해질 것을, 왜 세상 삶에서는 늘 무언가에 집착을 하고 성취하려 꿈을 꾸었던가.

고요히 자신의 내면을 응시해 본다.

승방 한편을 돌아서니 한쪽 벽에 장작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차곡차곡, 일정한 크기다.

정돈된 장작더미에서 부드럽고 편안한 운치가 느껴지며 은근한 상상이 머문다.

맑은 햇살이 퍼지는 이른 아침, 수행 스님은 사람의 눈길을 피해 찬기운도 아랑곳없이 도끼를 들었으리라.

파란 하늘 아래 햇살이 무심히 퍼지는 허공으로 날카로운 도끼날을 치켜들고, 피조물 인간의 간사한 두껍을 벗겨내듯 힘껏 내리쳐 나무토막을 쪼개었으리라.

장작 패는 일도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이었으니 세상 욕망들이 깨어지는 날카로운 부딪침이 귓전에 울리는 듯하다.

목탁소리와 불경 외는 소리가 법당 안에서 새어 나온다. 불공을 드리는가 보다. 뜨락에 퍼지는 향내도 더욱 진하다.

적어도 세상사는 일이 초라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이 인정해 주는 가치와 기준을 따라 거기에 맞추려 의식을 곧추 세우며 살아왔다.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하였지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만족하며 살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결핍이 있었고, 그것을 채우려 꿈을 꾸고 희망을 품으며 그에 따른 수고와 인내도 감수했다.

그렇게 한 가지씩 부족한 것을 해결해 왔는데, 해결된 그 뒤엔 또 다른 욕망이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사람의 욕심이 이래서 끝없이 일게 되는가 보다. 욕심에 끌려 마음의 평화가 깨어지고 어둠의 터널 속을 걷는다.

우울함과 허무, 무기력까지 동반되어 삶의 활력이 산산이 흩어지는 순간도 있다.

타인과 환경에 ‘탓’이 돌아가고 미움의 감정도 생겨 모든 것 다 그만두고 싶은 절망의 나락에도 떨어진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움에 부딪쳐 어두운 영혼 가운데 느껴보는 삶의 편린들 아니던가.

그래서 순간순간 절실히 필요한 것이 마음 다스리기!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는 경구(警句)가 있다.

모든 것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그 마음을 바르게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우는 것이리라.

복잡하고 삭막한 세상, 자기 마음 선하고 부드럽게 다스리는 일이 마음을 지키고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길인 것 같다.


번민에서 떠나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그러면 어려움을 풀어낼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선한 생각과 긍정의 마음을 지니면 살아갈 길도 열릴 것 같다.

그러므로 산사의 수행승은 아니어도 세상을 살며 마음 다스리는 수양이 내게도 필요하다.

맑은 기운들을 접하여 마음을 추스르고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하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산사의 풍경은 커다란 지붕 처마 끝자락에서 무한한 시공간을 가르며 세밀한 메시지를 울리는 것 같다.

'그대여, 직면한 어려움 뒤에 숨겨진 비밀한 섭리를 헤아려 보라. 모든 일을 조급하고 단순히 생각지 말지어다. 허상의 욕심을 버려 타고난 선한 천성을 찾으라. 그리하면 평강이 있으리니......'

*사진-고아함*

*커버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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