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의 가치 찾기

by 고아함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며 사노라면 종종 자신이 미미한 사람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만인에게 귀감이 되거나 없어서는 안 될 영향력 있는 사람, 탁월한 능력과 재능으로 일가견을 지닌 사람과 견줄 때 그렇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 속에 자신은 고유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고 활동하는 생명체로 살고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잉여 인간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인류 속의 한 일원으로 살며 스스로 의문을 가졌다. 이 땅에 오게 된 이유와 목적은 무엇이고, 이 세상에 어떤 필요가 있어 존재하는지를…….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은은한 빛으로 고요히, 은근히 밤하늘 구름 속을 유유히 떠간다. 발길 닿는 길가 풀밭에선 풀벌레가 “찌르르르” 세미한 소리를 내며 운다. 하늘을 우러러 달을 보니 참 신비하다.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닌데 저 달이 존재한다. 때로는 얄상하고 가녀린 초승달로, 어떤 때는 귀여운 반달로, 그리고 지금은 넉넉한 둥근 보름달로 밤하늘을 떠가며 사람이 거니는 어두운 밤길을 비추고 있다. 달의 움직임을 따라 서서히 걸어본다. 고요한 밤, 사람이 모두 잠든 밤, 달이 나의 벗이 되어주고 있다.

달의 존재가 신비하듯 생각해 보니 나의 존재도 참 신비하다. 내가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아니요, 나를 낳아 달라 나 스스로 부모님을 선택한 것도 아닌데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부모님의 몸을 빌려 태어났지만 그 부모님 또한 직접 나를 빚어 만든 것도 아니다. 그럼 나는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내 부모님의 몸속에 무슨 생명의 신비가 있어 내가 만들어졌고 그 생명을 잉태케 한 능력자는 누구인가. 내 생명의 근원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수많은 사람 중에 나와 똑같은 사람 없고 사는 형편과 처지도 나와 같은 사람이 없다. 조금은 유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똑같지는 않다.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양상의 인생들에 나는 고유하다. 이 놀라운 신비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살았다. 자세히 알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내 생명, 내 인생의 창조자가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

내 몸을 지니고 내 의지로 살아가지만 나는 내 앞 일의 한 치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길을 걷고 있다. 내가 생각하고 의도한 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것도 아니요, 소망한다고 그 소망이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삶의 길에 행복해하며 웃기도 하고 쓰디쓴 불행의 고배를 마시며 울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해진 죽음을 향해 서서히 시간들을 채워가고 있다. 이것이 인간의 실존인가. 그 실존 앞에 내 존재의 의미는 무엇이고 내가 태어나야 할 이유, 나의 가치, 내 몫의 역할은 무엇인가?


언젠가 내 어머니는 고단한 집안일을 마치고 목욕재계한 후, 지금처럼 달 밝은 밤, 새하얀 한복을 입고 샘터에 앉아 정안수(정화수)를 떠 놓고 촛불에 하얀 소지燒紙를 태워 올리며 두 손 모아 하늘에 간절히 기도를 하셨다. 달빛이 흐르는 고요 속에 흐르는 어머니 나름의 경건 의식은 내게 사람 사는 일이 하늘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했다. 그렇게 어머니는 자식과 가정을 위해 기도하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헌신으로 당신의 존재 의미를 두고 사셨다.

나도 이 땅에서 여러 역할을 하며 살고 있다. 사회의 직업인으로,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로, 한 남편의 동반자로, 형제자매로, 친구로, 이웃사촌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그 쓰임에 적당하게 지어졌고 쓸모가 있어 태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쓸모가 내게도 분명 있는 것. 그 쓸모가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역할 아닐까. 그 역할을 원활히 하고 사는 것. 그것이 이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난 이유와 목적이며, 존재하는 의미이고 살아가는 이유 아닐까?


**커버/하 사진-고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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