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 세상을 사는 온기와 힘 -

by 고아함

일기예보처럼 비가 올 것 같지 않았다. 약간 흐린 가운데 하늘엔 해가 떠올라 7월 초순의 아침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부지런히 자동차로 달려와 ○○주차장에 주차하였다. 목적지 건물까지 가려면 다소 걸어야 했지만 주차 실력이 초보인 난 이곳 넓은 주차 공간이 편했다.

양산 겸 우산은 차문 안쪽에 비치돼 있었다. 그러나 일기예보에 기민한 의식이 들지 않아 우산을 챙겨 들지 않고 차문을 잠갔다. ‘해가 떴는데 설마 비가 오랴, 비가 내려도 가랑비 정도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출입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 시야에 들어오는 폭우!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폭포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줄기라도 가늘면 주차장을 향해 뛰련만 쏟아지는 장대비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적절한 방법을 생각하며 이어지는 철재 계단에서 망연히 굵은 빗줄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계단 아래쪽에서 한 여자 아이와 함께 큰 우산을 들고 서있던 젊은 여자분이 나를 바라보곤 차를 어디에 세워 놓았느냐고 물었다.

사실을 말하니 “봉사하시느라 그곳에 세워놓았나 보네요.” 하곤 자신의 남편이 차를 운전하고 이곳으로 오고 있으므로 같이 타고 가면 주차한 곳에 내려드리겠다고 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시기적절한 호의였다. 그러나 한편 불편을 끼치는 것이 미안해 가족끼리 편히 가시라고 사양했다.


그러자 우산도 없이 마냥 난감히 서있는 내가 걱정되는지 극구 함께 차를 타고 주차장까지 갈 것을 권했다. 그러는 사이, 남편은 흑기사처럼 빗속을 뚫고 계단 입구에 도착했고, 그녀는 나를 태워야 하는 상황을 그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차 앞자리엔 짐도 놓여 있었고 내가 탈 공간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또 괘념치 말고 편히 가시라고 그들을 권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차문을 열고 후다닥 빗속에서 짐 정리를 했고 강권하여 끝내 나를 차에 태웠다. 아이와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어리둥절 황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번거롭게 한 점은 여전히 미안해 조금만 가다가 가는 길에 있는 내 차가 주차된 주차장 입구에서 내려주길 부탁했다. 그러나 이런 비를 맞으면 안 된다며 남편 분은 ○○ 주차장 안까지 나를 싣고 들어갔다. 그러면서 차가 어디에 있느냐고 까지 자상히 물어 내 차 앞에 바짝 차를 대 주었다. 조심히 가시라고 깍듯이 인사까지 했다. 함께 앉은 아이도 해맑게 웃으며 예의 바른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 무슨 복인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호사롭고 기분 좋은 배려를 받았다. 그 고마움을, 그 감사함을 어찌 당장 표해야 할지 몰라, 언제나 들어도 기분 좋은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말로 대신했다. 서로 활짝 웃음이 피어났고 나는 차에서 내렸다.

차 시동을 켰다. 쏟아지는 차창의 굵은 빗물이 와이퍼에 쓸렸다. 쓸리는 빗물만큼 마음이 촉촉해져 감동의 여운이 흘렀다. 이 모든 것이 절묘한 타이밍에 그들을 만나게 하고 난감한 상황을 모면케 한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로 느껴졌다.


이웃 사랑,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사람이 타고난 이기적 유전 인자는 때로 그 사랑을 부담스럽게 느끼게 하고 회피하게 하지만, 살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소소하게 배려하는 것도 그 실천이 되지 않을까.

사람을 향해 가지는 선의와 측은지심, 역지사지, 긍휼이 배려로 나타나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온기와 힘을 실어 준다.

*커버 사진 -고아함

*(하)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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