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에세이
에티켓, 지켜야 할 예절은 캠핑장에서도 예외가 없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소리도 지르고 싶고,
노래도 흥얼거리고 싶고, 또 큰 소리로 음악도 틀어놓고 싶다.
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싶은 마음에 이 모든 걸 다한다!(?)
큰일 날 소리다.
캠핑장은 나만의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이 돼서 통째로 빌리면 모를까 캠핑장은 모두의 장소이다.
다들 어렵게 시간 내서 만발의 준비를 하고 나오는 그런 소중한 장소.
그러니 서로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하고 싶은 걸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코로나 시기가 끝나고 나니 떼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떼캠은 함께하는 즐거움을 주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의 이웃이다.
두 팀 이상이 모이는 걸 확인하는 순간 옆 사이트에서는 한숨이 나온다.
아,,, 오늘 캠핑은 망했다...
매너 시간만 지키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매너 시간 전이라고 마음껏 목소리를 높이는 건 예의가
아니다.
물론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가족들이 모이다 보면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 술까지 더해지면 목소리톤은 더 높아진다.
술이 많이 들어간 상태에서는 조용히 좀 해달라는 부탁은 그저 부탁으로 끝이 난다.
주변 사이트에 캠퍼들이 없다고 안심하고 목소리 조절을 안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오해 중에서도 엄청난 오해이다.
몇십 미터 떨어져 있어도 다 들린다.
한번은 매너 시간이 지난 밤 12시 무렵이었는데 본인들은 조용히 한다며 소곤소곤하는 대화가
정말 내 귀에까지 소곤소곤 들렸다.
내용까지 들릴 듯 말 듯한 소곤거림.
얼핏 얼핏 들리는 내용에 왜 내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술 먹고 주정하듯 떠드는 소리도 문제지만 이런 소곤거림도 소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캠핑 에티켓은 소음 문제만이 아니다.
개수대 사용에도 에티켓이 있다.
모두가 사용하는 1일 주방. 설거지 후엔 싱크볼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는 센스가 필요하다.
다음 사람이 설거지하러 왔을 때 음식물 찌꺼기가 산만하게 묻어있는 걸 보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찌그러지는 미간과 불쾌한 감정.
내 집에서 설거지하는 마음으로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건 타인을 위한 작은 선물 같은 거다.
누군가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놓았다면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도 내 뒷사람을 위해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게 되는 선순환이 캠핑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런 일도 있었다.
바다뷰가 좋기로 유명한 캠핑장이었는데 옆 사이트에 가족캠퍼가 왔다.
그런데 텐트 치며 세팅하는 동안 아주머니의 잔소리와 짜증에 덩달아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다.
남편을 향한 잔소리와 짜증이었지만 주변 사람들까지 그 잔소리와 짜증을 듣고 있어야 했다.
게다가 아이들은 주변 사이트를 넘나들며 뛰어놀기 바쁘다.
우리는 라면을 끓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버너 옆으로 후다닥 뛰어가는 아이들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나는 조심스럽게 "얘들아, 여기 막 뛰어다니면 안 돼."하고 타이르면서도 아이 부모들의 제제가 몹시
기다려졌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들려오는 아이 엄마의 한 마디.
"얘들아, 남의 사이트로 가면 안 돼."
말에는 톤과 뉘앙스라는 비언어적 표현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단호한 말투는 아이들의 행동에 브레이크가 된다.
하지만 그분의 말은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그저 흘러가는 바람 같은 말이었다.
물론 아이들이니까 놀다 보면 남의 사이트에 뛰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횟수가 빈번해지고 부모라는 사람들이 제재를 하지 않는다면 그건 불쾌함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그 엄마라는 사람이 남편과 대화하는 내용을
주변 캠퍼들에게 다 들릴 만큼 크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그날 캠핑은 폭망이었다.
뷰값 한다고 캠핑장 비용까지 비싸게 내고 왔는데
이웃 때문에 캠핑의 즐거움을 망쳐버렸으니 짜증은 두 배가 되었다.
캠핑 인구가 늘어나면서 캠핑에 대한 인식도, 그에 대해 에티켓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일부 캠퍼들의 몰이해가 캠핑의 즐거움을 망쳐놓는다.
어디에서나 나 위주로 생각하지 말고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따스한 배려도 캠핑 장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