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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Oct 24. 2023

<3화>자발적 비정규직이 된 이유

완벽한 삶은 없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주인공 미스김(김혜수)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발적 비정규직'의 삶을 살며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만 딱! 하고 퇴근한다. 이에 반해 정규직이 되고 싶은 주리(정유미)는 상사가 주는 일을 다 받아하며 야근, 철야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가 꿈꾸는 삶은 늘 '안정적인 것'에 있는 것 같다.


안정적인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업하기

좋은 사람 만나 안정적인 결혼생활하기

하게 살 수 있는 안정적 현금흐름 만들기 등.


하지만 정작 안정을 이룬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친다는 걸, 손에 넣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


"제발 이 답답한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어!"

"남편도 좋고, 아이도 좋고 모든 게 좋은너무 힘들어."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 해, 정작 내 삶에서 이룬 게 없는?"


우리는 왜, 평생 애를 써서 얻어낸 것들에서 자꾸만 벗어나려 하는 걸까?


그렇다면 감옥과도 같은 삶을 얻기 위해 평생 애를 쓰며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무슨 소리? 이건 다 행복해지려고 하는 건데?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시간적 여유

금전적 여유


괴롭고 힘든 지금은 돈만 있으면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시간이 많아지면 행복해질 것 같다. 마음껏 쉴 수 있는 자유가 생기면 행복해질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돈이 생기고 시간이 생기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플랜은 세워져있지 않다.


여행하면서 살 거야!

넷플릭스나 실컷 볼래!


만약 평생 여행만 하고 산다면, 그 여행이 재미있을까? 평생 넷플릭스를 보면 계속 재밌게 볼 수 있을까?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시험기간에 노는 게 제일 재밌는 거 아세요??"

("뭐 하고 노는데?")

"뭐 안 해요. 그냥 공부만 안 하면 다 재밌어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삶이 있기에 잠깐의 휴식이 꿀맛 같았다는 것을.





직장을 다니는 동안 내 삶은 괴로움에 가득 찼다고 생각했다. 벗어나야 한다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가야만 한다고 내게 끊임없이 소리쳤고 결정적인 순간이 되자 실행에 옮겼다.


자유를 얻은 처음엔 모든 것이 좋았다.


매일 아침 지옥의 출근버스에 몸을 욱여넣지 않아도 되는 것과,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대는 상사가 없는 것, 원할 때 언제든 휴가를 낼 수 있는 것, 나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이 되고 있다는 믿음 등.


수업이 많아도 행복했고 없어도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생활에도 조금씩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휴가를 너무 자주 내는 것도 회원 관리에 좋지 않아 직장을 다닐 때보다 휴가일자가 더 적어졌다.

수업이 많아지면 힘들어지고 적어지면 수입이 줄어든다.

강사는 수입이 적지만 사장이 되면 사업유지가 쉽지 않다.

자유시간이 늘어났지만 막상 휴일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의 일생은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림받는 연애를 끝내기 위해, 심적으로 평온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며 마침내 원하는 삶에 도착했다.


안정적인 직업,

안정적인 가정,

내 명의로 된 집.


이 평온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감격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굉장한 공허가 나를 덮친다.


"내 삶은 어디로 가야 하지?"


궁극적 목표도 없이 그저 눈앞에 보이는 행복만을 좇았고 그 모든 것을 손에 쥐었지만 이는 종착지가 아닌 거점일 뿐이었음을, 역시나 이루기 전엔 모른다는 우둔함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이고 있었다.


"명문대에 들어가면 모든 게 다 풀릴 거야!"

"취업만 하면 다 좋아질 거야!"

"결혼만 하면 행복해질 거야!"


그 어떤 것도 행복의 보증수표는 아님을 알면서 지금도 또 우둔한 목표를 끊임없이 세우고 있다.


어디에도 완벽한 삶은 없다.


손에 쥐는 어떠한 물질적인 것도 나를 완전하게 만들지 못한다.


정규직 회사원을 그만두고 자발적 비정규직이 된 것처럼 삶에서도 나를 필요로 하는 무언가 혹은 어딘가를 계속해서 찾아다녀야 하는 것 아닐까?


안주하고자 하는 목표는 삶에서 행복을 빼앗아 가는 것과 같다.


계속해서 도전하자.

안주하지 말자.

평온한 지금의 삶을 깨어버리고 고단한 삶 속에 내 몸을 집어넣자.


그리고 찾아온 잠깐의 휴식이 주는 끝없는 즐거움을 온전히 만끽하자.


그리고 다시 고단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휴식이 주는 달콤함도 시간이 지나며 독이 된다는 걸 잊지 말자.



(2017년,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시작하면서 쓴 글)


학생 때의 나의 삶은,

뱀의 머리이거나 혹은 용의 꼬리 었다.


뱀의 머리일 때는 "나는 머리야"하며 당당할 수 있었고

용의 꼬리일 때는 "나는 용이야"라며 당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온 뒤 나는

뱀도, 용도 아니며

머리도, 꼬리도 아닌.


그저 이무기의 배꼽 정도로 살고 있달까?


그 안에서 그나마 이무기로, 꼬리가 아닌 배꼽 정도의 삶에 만족했었는데 자꾸 누군가

"배꼽으로의 삶도 녹록지 않다는 걸 알아야지"

하며 후벼파는 것 같다.


그럴 바엔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이 되어야지.


근데, 내가.. 뭐가 되고 싶었더라..?

분명 무언가가 되기 위해 꿈꿨던 것 같기도 하고..


평생 누군가 정해준 길만,

그렇게 묵묵히 대학을 향한 삶을 살고 나니

막상 용이 된 다음엔 무엇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걸.


용으로서의 삶은 시간제한이 있어서 무언가 이루어야만 용으로 머무를 수 있는데 그저 직장을 다니다 보니 내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결심이 서더라.


근데 이거 원.. 도전과 실패를 겪어봤어야지..


결심도 잠시, 두려움이 가장 먼저 나를 뒤덮는다.


앞으로는 어떤 삶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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