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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Oct 30. 2023

<5화> 고통스러운 운동이 내게 준 것

운동을 쉬면서 우울증세가 올라왔다.

운동을 쉬기 시작한 지 4개월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쉰다고 말하기는 하나 주 1~2시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은 여전히 하고 있었다.


"에이~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운동을 전혀 안 하시려고요?"

회원의 질문에 뜨끔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운동을 쉬기 전엔 적게는 주 10시간, 많게는 15시간 이상도 운동을 하던 나였기에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겨우 몸을 움직여 일주일에 한두 번 요가를 다녀오는 게 전부였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으니 정말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꼼짝도 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계기.


운동을 쉬기 시작한 건 1월, 설 연휴의 일이었다.


"자기야.. 나 너무 아파. 열이 너무 많이나."

신랑이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아니 차라리 코로나에 걸렸으면 약이라도 먹고 나았을 텐데.


갑자기 오르기 시작한 열이 처음엔 39도까지 갔다가 점차 떨어졌지만 37도~38도의 체열이 한 달 가량 지속됐다.


타이레놀을 먹어도 잠깐일 뿐, 열이 떨어지지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열이 날 때의 그 무력감.


"나 계속 아파.. 열이 안 떨어져."

"아프다고 생각을 해서 그래. 그냥 안 아프다고 생각하고 살아 봐."


건강체질에 운동인인 신랑에겐 씨알도 안 먹혔다.


체온이 높으니 몸의 수분이 바싹바싹 말랐다. 조금만 움직여도 어지러웠고 평소처럼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운동을 하려고 하면 토할 것 같은 느낌에 1시간 만에 집에 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하니 어느 순간 운동 가는 것을 포기하게 됐다.


3월에 라오스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을 취소해야 하나 어쩌나 하고 있던 찰나, 출국 이틀 전 기적적으로 열이 떨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2주간 여행을 다녀오니 거의 두 달을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 몸이 풀어졌다.


두 달.


고작 두 달의 휴식은 10년에 가까운 운동습관을 가져가 버렸고 그 후로도 쭉 쉬는 날들이 이어졌다.


"운동을 안 하고 있는 네 마음은 어때?"

신랑이 물었다.


"음.. 아무렇지 않아. 편안해."


과거 몸을 만들고 강한 여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던 내가 운동을 손에서 놓은 게 내심 걱정이 되었나 보다. 하지만 의외로 힘을 쓰지 않는 지금의 삶을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니


"그럼 됐어. 네가 좋으면 됐지."

라며 쿨하게 받아들였다.

어디 한번 얼마나 게을러지나 두고 보자는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작 반년의 시간만에 이 행복은 후회로 바뀌었다.


고작 몇 달 만에 군데군데 지방이 붙어버린 나의 모습과 뭘 입어도 못생긴 엉덩이, 골반이 틀어지면서 오는 통증 등으로 내 몸이 조금씩 망가지는 신호를 내기 시작했다.


몸만 망가지면 다행이었을 텐데,

몸이 망가지며 마음도 덩달아 미워졌다.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고 전처럼 내 스스로가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엉덩이도 많이 퍼지고 참 아줌마 같다."

"성격도 괴팍해서 어디 내놓을 수 있겠어?"


잘난 것 하나 없는 패배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외톨이라는 생각까지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부류에 나 스스로가 속해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지나고 보니.


인스타에서 운동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동안엔 싫어도 운동을 해야 했다.


업로드할 영상이 필요했고,

광고 촬영을 하러 나가야 했다.

산에서 촬영하는 조건이 붙은 제품을 들고 산에 올라야 했다.

혼자일 때도 있었지만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운동을 하는 일이 즐겁지 않은 때도 있었지만 억지로라도 나갈 이유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차오르는 지방에 경각심을 갖고 다시 열심히 할 동기가 있었다.


하지만 인스타를 그만두며 사진도 찍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지도 않게 되니 그 어떤 자극도 내 엉덩이를 밖으로 끄집어낼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집에 틀어박혔다.


운동도 하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오로지 드라마만 보고 글만 쓰며 엉덩이가 올해 60인 우리 엄마만큼 커져버렸다.


그런 내 지방을 바라보며 한숨이 나왔고 여자로서 나의 삶은 끝이라는 생각에 감정은 점점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갱년기인가 싶은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해봤을 정도로.





최상의 지위를 유지하는 건 힘들고 괴롭다.

늘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사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러나 채찍질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 한심한 나를 바라보는 일만큼 괴롭고 우울한 일은 없다.


<자살을 하고 싶다는 나의 학생>에서도 학생은 스스로가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열심히 하는 것도 없는 패배자라는 생각에서부터 우울이 시작되었고 이번 생은 망했으니 빨리 끝내고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몸이 편할수록 인간의 뇌는 즐거움을 인식하지 못한다.


편히 앉아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같은 숏폼들만 바라보고 살다간 가만히 있는 자기 자신이 한심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을 괴롭게 굴릴수록 우리 뇌는 건강한 도파민을 마구 발생시키며 우울과 괴로움을 잊게 만들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정말 거의 처음으로 마음 놓고 푹 쉬었던 유일한 시간, 이제는 이 행복하고 꿀 같던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괴롭고 힘든 일상으로 돌아갈 때이다.


공부를 다짐하고 원하는 학과에 지원하기 위해 토익시험을  번 봤고,

주 3~4회 남편과 크로스핏을 가며 괴로울 만큼 근육통에 시달리고 조금 나아지면 또 운동을 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괴로운 일상의 끝엔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운 나 자신이 서있을 것을.


우울하고 자기 파괴적인 부정적 감정들을 조금씩 걷어내리란 것을.



지금, 당신의 몸은 편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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