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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Oct 25. 2023

<4화> 일주일간 남편과 헤어져 보니

이별은 부부관계에 도움이 된다.

결혼한 지 꼭 1년이 지나고, 아이를 갖기 위한 관계에 지쳐가던 어느 날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굳이 결혼해서 사는 것이 혼자 사는 것보다 더 좋은 이유가 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두 사람 다 프리랜서라 집에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훨씬 많은 편이었고 서로가 오랜 시간 붙어있는 만큼 부딪히는 일도 꽤 잦았다.


"그릇 위에 냄비 무겁게 쌓아두지 말아 줘"

"잔소리하지 말아 줘"


우리 부부의 다툼은 주로 이런 것들이었다.


결혼 이후 줄곧 사소한 다툼과도 같은 기싸움으로 서로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다툼도 계속되면 지치는 법이었고 같이 있는 시간들에 회의감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지내던 우리에게 새로운 위기가 닥쳤다.


풋살 프로 생활을 하는 신랑이 토너먼트 대회를 참가하기 위해 지방에 일주일간 머물게 된 것.


그는 월요일에 출발해 토요일에 결승전을 치르고 토요일 밤에 돌아온다고 했다. 물론 토너먼트 대회의 특성상 신랑의 팀이 중간에 떨어지면 예정보다 일찍 서울에 올라오게 되겠지만 6년 연속 우승팀이던 신랑 팀이 중간에 떨어질 확률은 희박했다.


잡아뒀던 약속까지 취소하고 신랑과 마지막 저녁을 먹고 떠나보내는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일주일 동안 혼자 있어야 한다고?'


처음 혼자 자던 밤은 쓸쓸해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매일같이 붙어서 투덕거리는 사람이 없어지니 허전하달까.


이틀째에는 마치 이혼하고 진짜 혼자가 된 것 같아 가슴이 찌르르 아파왔다. 셋째 날엔 줄어들지 않는 식재료에 탄식을 하며 역시 혼자 사는 건 만만치 않다 생각했고, 넷째 날엔 더러워져가는 싱크대를 바라보며 '신랑이 설거지를 참 잘해줬지'하며 그리워했다.


다섯째 날엔 혼자 있는 주말이 여유롭고 좋았으나 어째 혼자 차려먹는 식사가 너무 지겨워서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해 먹어도 흥이 나지 않았다.


정말 '이혼 체험'이라도 하는 듯 완전한 혼자가 된 것 같았다. 신랑은 중간중간 영상통화도 걸고 나를 많이 챙겨주었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정말 남편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드디어 토요일 밤. 경기가 다 끝나고 회식을 하고 온다는 신랑은 새벽 3시가 다 되어 들어왔다.


삐진 척 돌아눕고 있었지만 그다지 화가 나있지는 않았다. 늦게까지 술 먹고 들어온 그에 대한 작은 복수의 의미였다. 그는 그 마음까지 눈치챘는지 나이 먹고 머리도 부스스한 내가 뭐 그리 예쁘다고 볼을 쥐어뜯고 난리가 났다.



보통이었다면 마늘과 술냄새로 범벅이 된 그를 가까이 두지 않았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그를 멀리했던 그리움 때문인지 그도 나도 그 밤을 조용히 넘기지 못했다.


이튿날, 나는 평소처럼 투덜거리듯 잔소리를 툭 뱉어내고 그도 평소처럼 되받아쳤지만 왠지 이전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가 던지는 말들이 더 이상 지겹지 않다는 걸 신랑도 느꼈는지 연신 생글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 또 멀리 갔다 올까?"

"응!!!"


우리 부부에게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이별'이었음을, 지겨운 싸움 끝에서도 깨닫지 못하고 일주일간의 헤어짐에서 깨닫게 되었다니.





결혼은 따로 살던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하나의 가계(family budget)를 꾸리며 합쳐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6개월, 1년 만에 이혼하는 커플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여 하나가 되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각자가 지키던 영역에 타인을 들인다는 건 크나큰 양보가 필요한 일이며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내 것을 양보하고 싶지 않을 때, 상대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을 때 잠시 떨어져 있어 보면 어떨까?


혼자일 때보다 함께 했을 때가 조금이라도 나았다면,

혹은 내 몸 어딘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나의 모든 걸 상대에게 주더라도 함께 해야 함을 비로소 알게 된다.



"모든 문제는 자꾸만 두 개 다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같이 있고 싶으면 불편해도 참아야 되는 거고, 불편한 게 싫으면 저처럼 혼자 살면 되는 건데 불편한 것도 싫고 혼자 사는 것도 싫으니까 불만이 생기는 거예요."

-법륜스님-



나의 현재에 끊임없이 돌을 던지자.


지겹고 똑같은 일상을 비틀어보면 비로소 나의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이었는지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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