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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Oct 18. 2023

<1화>안락한 삶은 지옥이다.

행복하기 위해선 반드시 고통이 필요하다.

내 삶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책을 꼽으라면 고민도 없이 이렇게 말할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Norwegian Wood)]

그리고 귀자의 [모순]


내 삶을 더 이상 이어가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만난 이 두 권의 책은 내게 경종을 울려주었다.


"삶은 원래 상실이고 고통이야. 그것이 없는 삶은 또 다른 지옥이야."



서른즈음의 결혼 적령기,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며 내 인생은 왜 안정되지 않을까 한탄했었다.


"결혼하면 모든게 좋아질텐데."


내 마음이 불안한 이유가 마치 상황이 뒷받침 되지 않아서인것처럼 늘 주변에서 탓할 거리를 찾았다.


혹은 그마저도 이유를 찾지 못하면 내 존재 자체에서 문제를 찾기도 했다.


"내가 조금만 더 예쁘고 돈이 많았더라면.."


이런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내 인생이 싫었다.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웠고 그런 햔실에서 끊임없이 도망치려고 했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스스로 부여한 고통


괴로운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미친듯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이클, 클라이밍, 마라톤, 등산, 주짓수, 요가, 필라테스, 서핑...


한달에 자전거를 1,000km를 타기도 했고,

7년간 클라이밍을 10시간하며 끊임없이 내 몸을 혹사시켰다.

1년에 78회의 등산을 가며 단 한시도 쉬지 않는 삶을 살기도 했었다.


그러는 동안 친구도 많이 생겼고, 인스타 인플루언서가 되어 유명세도 얻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이런 삶을 그만하고 싶었다.


"돈 안벌고 안유명해도 좋으니까 편하게 살고싶어."


결혼 후 숨어있던 게으른 본성이 스멀스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4-5가지씩 하던 운동을 싹 줄이기 시작했다. 결혼 후 부상이 온 순간 그 핑계로 주1회까지 줄였다가 어느 순간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주일을 그냥 흘려보내기도 했다.




처음엔 죄책감이 들었다.


"나 이렇게 운동 안해도 괜찮아?"

나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남편에게 의미없는 허락을 구하기도 다.


거의 1년 가까이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살았다.


고작 주1~2회정도 요가나 헬스를 깨작깨작 하며 지내는동안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힘들다고 느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혼자가 되었고, 물 한 방울 튀지 않는 호수처럼 고요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면 당연히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던 내 삶을 부정적인 사고가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뚱뚱해."

"나는 성격이 모났어."

"나는 다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할거야."

"무도 나를 찾지 않아."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 때엔 넘쳐나던 긍정 에너지가 편안하고 고요한 삶으로 바뀌면서 부정적인 에너지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자존감이 떨어져가는 나를 보며 신랑이 걱정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힘들었으니 편하게 쉬라던 그의 눈에도 지금의 평온이 한계치에 달해 보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나를 괴롭게 하는 이것만 없으면 행복할 것 같아!"

"돈이 조금만 더 많으면 행복할텐데!"


하지만 사실은 고통이 있고, 돈이 없는 지금이 행복한 시기였음을, 지금의 고통이 있기에 내게 행복과 깨달음이 올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혼만 하면.

이혼만 하면.

돈만 있으면.

취업만 하면.

병만 나으면.


우리는 조건부로 행복을 얻으려고 한다.


지금 손에 잡을 수 없는 행복이 조건을 바꾼다고 알아서 따라올 리는 만무한데 말이다.


오히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내어주어야 함을.


무언가 부족하고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지금의 삶에도 행복은 존재한다.


고통을 소거하기위해 불필요한 무언가를 얻으면 그 또한 우리가 감내해야 할 짐이 될 뿐이다.


지금의 결핍을 사랑하자.

삶의 고통을 견딜 수 있음에 감사하자.


지금 내가 가진 이 사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고통조차 인생에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자.


인생이 파도하나없는 고요한 호수라면 그야말로 감옥이고 지옥이라는 걸, 지금의 파도가 있기에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마음속에서 놓지 말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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