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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Aug 31. 2023

꿈이 없는 놈, 꿈을 좇는 놈, 꿈에 먹힌 놈

네 운명을 사랑하라 Amor fati

내 남편은 대학을 두 번 나왔다.


스무 살에 한 번, 28살에 또 한 번.


보통이라면 대학원을 갈 나이이지만 그는 전공을 완전히 바꾸고 학사 자격증을 뒤로한 채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본 전공은 체육교육과.

그리고 두 번째 전공은 문예창작과.


체육과 문예창작이란 어디에도 접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그 양 극단을 모두를 섭렵한 인간이었다.




나는 그냥 남들 다 하는 공부를 했고, 남들보다 공부를 조금 더 잘해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좋은 곳이라 하여 들어갔을 뿐이었다.


워낙 내가 사는 세상이 이렇다 보니 내 주변에도 꿈을 갖고 대학에 들어온 사람은 찾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생각 없이 공부하고 생각 없이 대학 가서 생각 없이 취업하고 그냥 그렇게 사는 삶.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하고 싶은 걸 찾아 나이 서른에 퇴사하고 새로운 직업을 갖고 사는 내가 뭐라도 된 양 잘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대단한 착각이었다.




신랑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이 끝나고 그의 공연을 보러 온 지인들과 함께 식사자리에 갔다.


늦은 나이에 예대에 들어간 만큼 그에게는 나이 어린(20대 중반의) 예술하는 친구들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연기를 하던  명의 동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 기준에 20대 중반의 예술인이란, 그저 자신의 꿈을 좇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당연한 나의 사고에 기반해 질문을 던졌다.


"오늘은 일 쉰다고 했는데, 그럼 평일에는 아르바이트를 다니는 거예요?"


그녀는 아이돌 출신으로 유명 BJ까지 했을 만큼 예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당연히 아직도 이루지 못한 꿈을 며 부족한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메울 것이라 생각했다.


"아뇨! 저 회사 다녀요! LG 계열사에서 카카오 관련 매출 관리 업무 하고 있어요~"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니, 1차로 당황했다.


"그럼 이제 하고 싶던 일은 아예 접은 거예요?"

연예계 일을 접었는지 물었다.


"음~ 글쎄요.. 일단 일을 하면서 다시 생각해 봐야죠. 혼자 살면서 나가는 돈이 많으니까요! 돈은 벌어야죠!"

앞일 걱정 같은 건 하지 않는다는 명랑한 대답이었다.


"저는 20대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아서 놀랐어요."

회사를 다니는 것이 꽤나 즐겁다는 듯한 그녀의 대답에 다시 한번 지루하고도 고리타분한 질문을 던졌다.


"그거야 꿈을 좇는 거에 올인한 사람들이 그런 거 아닐까요? 또 너무 그러면 안 돼요. 결국 실망하고 좌절하게 되니까요."




집에 오는 길 내내 그녀와 나눈 짧은 대화를 떠올렸다.


'나처럼 꿈도 없고 생각 없이 살았던 사람들이나 지금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 고민하는 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열심히 그 꿈을 향해 달려봤던 사람들은 그냥 직장에 다니며 사는 지금의 시간도 행복할 수 있는 건가 보다 싶어 머릿속이 멍해졌다.


게다가 그녀의 대답은 마치 세상에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듯, 당연히 꿈이 있는 것을 전제로 나온 것이었다.


"너무 꿈에 올인하는 사람들이나 갈 길을 잃는 거죠."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사람들.


우리는 종종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지금의 삶을 완전히 즐기지 못한다.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려면 연봉이 더 높아져야 할 텐데.'

'회사 그만두면 뭐 먹고살지?'


꿈이란 걸 가져본 적 없던 평범한 우리는 근근이 먹고사는 지금의 삶에 머물지 못한다. 늘 미래를 걱정하며 산다.


버는 돈이 적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연봉이 억 단위에 이르는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하며 산다.


'이대로는 안돼. 일을 그만두었을 때를 대비해야지.'


나는 인생의 뚜렷한 목표가 없다.

그렇다 보니 종종 길을 잃곤 한다.


'앞으로는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르겠어. 지금의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무엇을 위해서?'


그러나 매번 인생의 목표가 뚜렷한 신랑은 뭘 하던,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매일매일이 기쁨 그 자체인 것만 같다.


"아~ 풋살 진짜 힘들다.. 근데 너무 재밌어~"

"스탠드업 코미디로 유명해지고 싶어~ 맨날 코미디 영상 보면서 공부하는데 진짜 재밌어."


그는 재밌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을까?'


신은 죽었다.


니체의 이 명언은 많이들 들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니체는 신의 존재는 더 이상 없으니 스스로가 '초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내가 되고 자기 자신을 초월한 존재가 되면 나 자신이 신이 된다는 말이다.


글만 보았을 땐 자기 자신을 초월한다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보다 10년은 덜 산, 아이돌 데뷔 후 BJ를 거쳐 대기업 사원이 된 그녀를 바라보며 이것이 '초인'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한 과거에 미련두지 않고, 미래의 걱정에 잠식되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만 믿고 곧은 길을 나아가는 존재.


인간에게는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가 결여된 삶은 종종 길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 목표나 꿈을 좇으며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슬퍼해서는 안된다. 현재를 열심히 살고 나의 존재를 초월하여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아모르파티(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는가?


*메인 사진: 무대가 끝난 뒤 신랑과 셀카.


<신랑의 인스타그램 코미디 공연 릴스 영상 https://www.instagram.com/reel/CwhbRBfSbXS/?igshid=MTc4MmM1YmI2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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