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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Sep 14. 2023

그러다 암 걸려!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다.

최근 내가 신랑에게 했던 말이다.


"피곤한데도 꾹 참고 체력 된다고 버티고 살다가 병나는 거야!"


사실 세상 속 편하게 사는 나도 걸릴 수 있는 게 암이지만, 굳이 걸릴 확률을 높이면서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 신랑은 체력이 좋은 편이라 몸이 아무리 아프고 피곤해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그래, 운동까지는 그렇다 치자. 근데 운동하고 잠시 아드레날린이 올라오면 피곤했던 걸 금세 잊고 또 약속에 가겠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난 "넌 좀 쉬는 법을 배워야 돼!"라고 다그친다.



내 회원 중, 의대에 다니는 친구가 최근 학교 프로젝트로 발표하게 된 내용을 알려주었는데 바로 [암과 수면 지속시간의 상관관계]였다.


결과는 "매우 유의미하다!"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암을 이겨내는 면역세포가 현저하게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열심히 살아온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가?


살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난 대체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지?"


눈앞에 있는 일을 죽어라 하면서 성장! 진급! 성공! 을 외치며 달려갔는데, 결국 끝에 가서 남는 건 숫자에 불과한 통장잔고와 너덜너덜해진 건강뿐이다.



나 또한 고등학교 - 대학교를 지나며 꽤나 열심히 살았다. 뭘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그냥 열심히 살았다.


알바도 하면서 학교를 다녔고, 3~4학년 땐 학점도 줄곧 4점대를 받으며 1~2학년 때 망쳐둔 성적을 회복했다. 교환학생도 다녀왔고, 영어 성적도 올렸고, 금융 자격증도 여러 개 갖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펙"을 쌓기 위해 저렇게 했던 게 아니었을까?


앞으로 뭘 할지 모르니, 학교 성적이 너무 낮으면 취업을 하게 됐을 때 발목 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준비한 게 없으니 자격증이라도 따 놓으면 뭐가 달라질까 싶었고, 뭐라도 해두면 취업이 될까 싶어 열심히 살았다.


대체 끝은 어딘데?


학창 시절엔 "명문대 입학"

대학 시절엔 "대기업 입사!"

대기업에 들어가면 "승진!!"


마치 인생 퀘스트(임무라는 뜻의 게임용어)를 깨어나가듯 하나를 완수하면 그다음, 해내면 또 그다음이 기다리고 있다.


브런치에서 [50대에는 행복해도 될까요?]라는 글을 보고 느꼈다.


사람들은 출구가 없는 노력의 굴레에 빠져있구나.


그거, 안 하면 안 돼?

명문대 안 가면 어떻고, 대기업 안 가면 어떻고, 승진 안 하면 어때??


나는 지금 필라테스 강사를 하며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명문대 타이틀도 필요 없는, 대기업도 아닌, 승진도 필요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필라테스 강사를 하는데 연세대 타이틀이 필수는 아니다. 아니 쓸데없이 고스펙이라고 해야 할까. 대기업에서 죽어라 노력했던 일들로 연봉이 올라가지도 않는다. (엑셀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능력이 더러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못해도 지장 없다.)


이제는 예전처럼 죽어라 열심히 해서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마음이 편해졌고 10년 넘게 고생하던 위장 장애도 없어졌다.


여전히 직장생활 하면서 완벽을 강요받았더라면 고질적인 위염은 사라지지 않았을 거고 맨날 약이나 먹으며 버티다 어느 순간 "위암입니다." 하면 '아, 내 인생은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이제는 쉬어도 되겠다.'하고 안도하면서 인생의 허무함에 눈물 흘리지 않았을까?


직장을 다니던 당시의 난 "그냥 콱 교통사고 나서 쉬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사지 멀쩡히 사는 것보다 어디 하나 부러져서 회사생활을 못하는 게 훨씬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위험하다는 오토바이도 탔고, 제발 사고가 나 달라고 기도하며 출근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회사를 그만두면 됐는데'하는 단순한 결론에 이르지만 당시에는 쉽게 얻어내지 못한 생각이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손에서 놓는다고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서 눈앞의 기회를 놓쳐도 삶은 이어진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내 몸을 망치며 할 가치가 있는 일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내 건강과 맞바꿔야 하는 게 고작 성공이고 돈이라면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건 아무것도 없을거란 걸 각오해야한다.


아이유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그건 삶을 열심히 산게 아니라 그냥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었던 것 같아요. 일이 주는 자극에 중독이 된거죠."


지금, 어떤 가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그 가치에 '건강'이 포함되어 있는가?



다음화는 이번 매거진의 마지막화가 될 예정입니다.

<뭐가 됐건 죽는 것보다 나아>



메인사진: 내가 애정하는 미국드라마 닥터 하우스의 포스터. 여기에 나오는 환자들의 대부분의 증상들은 'tumor'종양이나 암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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