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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May 31. 2023

직장생활 하기에 너는 너무 튀어!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

회사 입사 면접을 보기 위해 자기소개를 준비하던 시기이다. 면접에 가보면 취업준비생들은 대부분 같은 형식의, 비슷한 말들을 한다.


"열정과 성실함이 무기인 지원자 xxx입니다. 저의 장점은~"


그 당시 나는 내 장점이 뭔지 전혀 몰랐다.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은 다 거짓말 같아.'

그래서 그냥 자기소개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xx기업에 꼭 입사하고 싶습니다! 지원자 김민정입니다!"


그리고 해맑게 웃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애로 비치지 않았을까 싶다.)


현장에 계시던 면접관중 한분이 기업에서는 "응당 기대하는 자기소개의 형식이 있는데, 그렇게만 말하면 우리가 자네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하며 낮은 어조이지만 분명 나를 혼내는듯한 말을 하신 기억이 있다.




이상한 신입사원


아무튼 학벌과 교환학생, 영어점수 등의 스펙을 두루 갖춘 난 어딘가 취업이 되기는 했지만 애초에 직장생활은 생각도 하지 않던 사람인지라 회사에 들어가서도 여러 면에서 튀기 일쑤였다.


1.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여 회사에서 옷 갈아입기.

2. 오토바이 타고 출퇴근하기.

3. 나시 입기.

4. 칼퇴근하기.



요즘은 자유로운 사풍이 유행이라지만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여전히 보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회사에서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한 가지도 아닌 여러 가지로 처음 시도한 사람이 되었다.


"민정주임 오토바이 타고 다녀?"


이게 한동안 팀 내 최고의 화두였을 정도.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시절의 나.


사실 이 외에도 특이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적고 보니 진짜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아서 자세히 묘사하는 건 그만두겠다.


당시의 난 '이게 뭐가 잘못인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보수적인 회사에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비슷해져야 했고, 하면 안 된다는 것들에 대해선 최대한 자제하며 지내야 했다.


'일도 할만하고 동료들도 너무 좋지만 이런 큰 조직에 있기에 나는 너무 특이해.'



맞지 않는 옷도 입다 보니 참을만해서.


동글동글 예쁜 원을 만드려는데 자꾸 한 명이 튀어나와 원을 망치려 하니 어지간히 눈초리를 받았겠는가.


하지만 더 믿을 수 없었던 건 신입사원 시절을 벗어날 즈음엔 나도 그 원 안에 들어가 원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는 내 집이 아닌데, 어째서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거지? 나는 언제부터 원 밖의 사람들을 지적하는 꼰대가 되었지?'등의 생각들로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외면했다.


늘어나는 통장잔고를 바라보며.



회사생활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좋았고, 그곳에 속해있다는 사실도 좋았다.


무슨 일이 생겨도 회사에 다니는 중이라면 보호받을 수 있는 든든한 뒷배를 얻은 것 같았다.


그러다 수많은 계기들로 인해 내가 있는 이 원이 결코 안전한 둥지가 아님을 깨닫게 되니 더 이상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될 이유가 없었고 원 밖의 나만의 둥지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 곳에서 모난 돌이라 환영받는 세상으로.


프리랜서가 된 지금, 나의 특이함은 무기가 되고 있다.


주변의 어떤 필라테스 강사도 나만큼 강한 등 근육을 갖고 있지 않았고 나만큼의 학벌도 없었으며 등산, 자전거, 러닝 등 다양한 운동을 하지도 않으니 나의 특이한 일상과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회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나의 남다른 등근육


게다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 덕분에 인플루언서도 될 수 있었고.


[인스타로 대기업 연봉을 벌었다]

https://brunch.co.kr/@mindoongmj/28


남들처럼 평범하게 구두 신고 출근하고 하지 말란 거 안 하고 살았더라면 절대 가지 못할 길을 가고 있다.




'나'를 찾는 여정.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가 되는 과정은 '나'를 찾는 과정의 일환이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평범하지 않아 '특이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내가 무난함의 대명사인 직장 생활을 하려고 했던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고,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시절.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나의 연애 생활조차도 맞지 않는 옷에 내 몸을 끼워 맞췄다.


"나는 정말 이상한 사람인 걸까?"



억지로 끼워맞춘 연애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몸에 맞지 않는 직업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나를 다른 사람들에 끼워 맞춘 삶은 계속되었다.


그러니 연애 또한 계속해서 실패하는 것은 당연했다.


직장생활처럼 맞지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나를 맞추고 할 만하다며 합리화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으니까.



이제, 직업이 아닌 '나'라는 사람을 찾는 여정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끊임없이 차이고 상처받던 연애에서 벗어나 진짜 내 몸에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까지, 역시 모든 깨달음엔 강렬한 충격이 필요한가 보다.





직장 생활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위궤양이 올 만큼 힘들었고, 지금도 가끔 자다가 그때 생각에 화들짝 놀라 깨기도 하지만 그 시절이 있기에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이리라.


그때 벌어놓은 돈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그럼 혹시 그만둔 것을 후회하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4년 3개월의 직장생활은 내게 넘치고 남을 만큼 충분했고 월급 생활에 완전히 물들기 전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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