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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May 25. 2023

야생에 내던져진 프리랜서

직장을 떠난 이후의 삶.

새 출발.


직장을 떠나 프리랜서로 삶을 시작하고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자유? 행복? 여유?


아니.


그것은 다름 아닌 불안감이었다.


제법 커다란 둥지 속에서 보호를 받던 내가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나오고 나니 세상은 너무도 춥고 가혹했다.


더 이상 안정적인 월급을 주는 곳도 없으며

내 몸이 다치면 수입이 끊기는 건 당연지사.

어쭙잖은 복지랍시고 자잘한 혜택을 주는 곳도,

나의 국민연금을 반 내주는 곳도 더 이상 없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은 귀찮게만 생각했던 건강검진을 매년 시켜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건지 새삼 깨닫기도 하고.


고용보험도, 산재보험도 없는 나는

그야말로 야생에 던져진 초식동물이나 다름없었다.


직장생활에서 그토록 원하던 꿀 같은 휴가는 내 수입을 포기하고 얻어야 하는 커다란 기회비용 덩어리가 되어 버려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으니,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저 쉼 없이 달려야만 했다.


아마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가 싫다고 말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리라.


*****


자격증을 취득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잠실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 취직했다.


"초보 강사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발레를 전공했던 원장 두 명이 동업으로 운영하던 작은 스튜디오였다.


연수를 받고 시범강의를 하던 날, 퇴근하며 들은 말은

"살, 빼야 돼요. 알죠?"

였다.


키 158에 몸무게 47~48kg,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

날씬하고 길쭉한 몸매는 아니었지만 어디 가서 살 빼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알았다고 하고 집에 돌아왔지만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살면서 살쪘단 말은 처음 들어봤고 내가 그동안 해온 운동들로 다져진 몸이 못났다고 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었지만 발레를 전공한 필라테스 강사 눈엔 그저 못나기만 해 보였나 보다.


꼭 이때문은 아니었지만 이를 계기로 원장과의 충돌이 생겨 취직 1주일 만에 첫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로도 회원이 적은 신규 센터, 그룹수업만 담당하는 파트타임 강사 등을 전전하였고 마침내 마음 맞는 원장을 만나 반포동에 입성하게 된다.


*****


직장을 그만두고 제대로 돈을 벌기까지 딱 3개월이라는 공백이 있었다. 연수를 받던 초반까지도 직장에 다니고 있었기에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이 짧은 기간동안 나가는 돈은 예상을 한참 넘어섰다.


필라테스 연수에 사용할 1000만 원, 그리고 2달 정도 놀고먹을 2~3백만 원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연수를 포함해 단 3개월 동안 사용한 돈은 2천만원에 육박했다.


매번 회사에서나 사용하던 컴퓨터가 사라지니 노트북을 구매해야 했고, 직장 생활하며 입던 단정한 옷이 아닌 운동복이 왕창 필요했다.


건강보험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매월 나가는 보험료가 상당히 늘어났고, 숨만 쉬어도 나가던 보험료나 각종 공과금이 더 이상 월급에서 충당되지 않았다.


연수만 받으면 될 줄 알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개인레슨을 받으러 다녀야 하는 예상치 못한 지출까지 있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나가는 생활비들을 더하니 마치 신기루처럼 돈이 스르륵 사라지는 마법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점점 가난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새로이 시작될 삶에 대한 의심은 절대 하지 않았다. 직장에 그대로 붙어있어야 했나 하는 후회도 하지 않았다. 통장 잔고는 언젠가 다시 불릴 수 있을 테지만 직장에 남아 있으면 새로운 기회는 절대 오지 않을 테니까.



*****


다음 편: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필라테스 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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