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나이키 대학생 모델에 발탁되다.
웃지 못할 일화가 있는데, 캐나다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캐나다에서 입던 레깅스 위에 '나름'긴 상의를 입어 엉덩이를 살짝 가리고 아버지와 식당에 갔다. 근데 나를 보는 시선들이 심상치 않은 것 아니겠는가? 뭐가 잘못된지도 모른 채 '옷이 뭐가 이상한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물을 뜨러 가거나 화장실을 다녀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일제히 내게 쏠리는 시선은 아무리 봐도 너무 이상했다. 같이 식당에 갔던 아버지가 "무슨 치마가 엉덩이가 다 보여? 대체 그게 옷을 입은 거냐 만 거냐?" 화를 내시자 그제야 뭐가 잘못됐는지 깨달았다. 캐나다에서 매일 일상처럼 입고 다니던 레깅스가 한국에서는 바지가 아님을 알고 어찌나 충격을 받았던지.. 당시 입고 있던 옷과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까지도 또렷하게 떠오를 정도로 레깅스는 운동복이라기보다 내의에 가까운 시절이었다.
지금은 내가 '근수저'인 것에 감사하다. 조금만 운동을 해도 근육이 남자처럼 뿜어져 나오는 축복받은 몸이었을지 누가 알았으랴. 콤플렉스였던 엉덩이는 운동 후 오히려 장점이 되었지만 당시엔 아무것도 안 해도 근육이 터져 나오던 종아리가 그렇게도 창피할 수 없었다.
나이키 대학 캡틴은 각 대학별로 2명씩, 대학 내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해서 '나이키 러닝모임'에 참가할 학우들을 모집하고 인솔하는 역할을 한다. 나이키입장에서는 브랜드를 홍보할 기회이므로 캡틴들에게 각종 대회 참가권이나 의류, 신발들을 제공하는데 당시 참가 학교는 대략 12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운동 잘하는 사람은 할 일이 참 많다. 요가나 필라테스 강사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되어 광고도 받고, 유튜브 영상도 찍고. 하지만 당시엔 개인 크리에이터가 아주 뜨문뜨문 생기던 시절. 인스타는 이제 막 퍼져나가던 때였으므로 13년 전엔 이 당연한 일이 절대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모든 콘텐츠를 장악하던 시대였다.
인플루언서가 될 그릇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