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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Jul 21. 2021

"세상에 별나지 않은 사람은 없어"

-넷플릭스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에서 찾은 연대의식-

요즘 넷플릭스에서 [별나도 괜찮아]라는 미드를 보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자폐 증상을 보이는 고등학생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고 공부도 잘 하지만, 자폐 증상이 심해서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겐 언제나 그를 지켜주고 감싸주려는 용감한 여동생이 있다.      


[별나도 괜찮아] -시즌1의 [1화]에서 여학생에 대한 로맨틱한 환상이 뿜뿜 넘쳐나는 우리의 남자 주인공은, 맘에 쏙 드는 동네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눈에는 너무나 예뻐 보이던 그 여자아이와 단 둘이 기숙사 방에 있게 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단둘이 은밀하게 기숙사 방에 있게 된 이유는,  “태어나서 섹스를 한 번도 못해봤다”는 남자 주인공의 고백에, 여자 친구는 기꺼이 그에게 첫 경험(?)을 안겨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 주인공은 그녀가 점점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그만 그녀를 침대 아래로 세게 밀어 버린다. 우리의 불쌍한 주인공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매불망 그리던 섹스를 꼭 하고 싶어 했지만, 누군가와 -설령 예쁜 여학생이더라도- 부드럽게 살이 닿는 걸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어했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방바닥에 나뒹굴게 된 예쁜 여자아이는 화를 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너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너 미쳤어? 너 자폐증이니?”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어 하던 아픈 손가락을 들킨 남자 주인공은, 세상에 종말이라도 찾아온 듯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고, 그와 마주친 마음 따뜻한 여동생과 그녀의 남자 친구는 주인공의 어깨를 감싸 쥐고 위로를 한다.      


남자 주인공 : 세상의 여자들은 다~ 나를 싫어해, 난 너무 별난 놈이야.
동생과 친구 : 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없어. 우리 모두는 다 별난 놈들이야.     


눈이 번뜩 뜨이는 이 말에, 남자 주인공은 위안을 얻게 된다.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별난 사람은 아니겠지? “라고 되뇌며.      


미국 틴에이저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스로 풀어내고 있는 [별나도 괜찮아]를 보고 있으면, 심한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남자 주인공이 필자인 피터팬 PD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이 닮은 정도가 아니라 마치 도플갱어 같다는~~.


필자가 남주에게 느끼는 동질감은 그와 묘한 연대의식을 갖게 해 주었고, ’ 나도 그를 위로하고 싶다 ‘ 혹은, ’ 그의 친구들에게서 나도 진심 어린 위로를 받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드라마를 1회부터 좋아하게 된 이유도 주인공에게 뿐만 아니라 내게도 위안을 줬던 바로 이 대사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별난 존재들이야. 다 멀쩡히 잘 살고 있는 듯 보여도,
너처럼 별난 놈일 수 있다고!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좀 자신감을 갖는 건 어때? “     

작년에 아내와 이혼을 한 이후, 피터팬 PD는 열등감 덩어리의 삶을 살고 있다.

열등감에다가, 내 머릿속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 같은,


’ 세상에서 나만 이렇게 가족에게 버림받아, 늙은 돌싱남이 되었다 ‘


는 자괴감은 필자를 늘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별나도 괜찮아] 속 남자 주인공도 역시 주위의 환경에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불안해하는데, 이런 점도 역시 나와 꼭 닮아있다. 


아내가 헤어지자고 내게 말했을 때, 나는 영문을 몰랐다. 내가 아내와 아이들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을 정도로 잘못 살지 않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아내가 나를 미워하더라도, 잠시 후엔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예전의 사랑스러운 아내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부질없는 믿음의 시간이 16개월을 넘어가고,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내와의 연락도 점점 끊어지다 보니, 지구별에 사는 사람 중에서, [나만 제일 별난 놈이고, 생김새도 문어대가리를 가진 화성인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아내와 헤어지기로 한 결정이 법적으로 까지 완결된 후 가족이 있는 서울로는 다시 돌아가기 싫어서,

제주도 표선면 바닷가에서 살았던 1년 동안,

 그리고 25년 동안 다니던 MBC 라디오 PD직에서 명퇴를 하고 웬만해선 집 밖으로  한 발도 나가지 않고 혼자 글을 쓰면서 살았던 기간 동안,

직장도 없는 백수에다가 직장 동료들도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신세로 산다는 게, 이렇게 외롭고 힘든 거라는 걸 매일매일 지겹도록 깨달았던 순간순간,

나는 별난 놈들 중에서도 가장 별난, 울트라, 짱, 대박 별난 놈이 되어가고 있었다.   

   

<혼자 사는 섬 제주도에서 석양이 질 무렵이 되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나는 환경이 바뀌면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핵전쟁이 나고 모든 대륙이 바다로 가라앉자, 우연히 홀로 남겨진 작은 무인도에 사는 별종 같은 삶이 시작된 지 17개월이 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을 못하고 있다. 나름 머리를 쥐어짜서 만들어낸 묘책이란 게, 스스로를 별종으로 만들어 가면서 ’ 나는 별종이니까 이렇게 적응을 못해도 괜찮을 거야. 별종에게는 이런 게 자연스러운 거야 ‘ 라며 억지 위로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미드 [별나도 괜찮아] 속 남자 주인공은 매일 정확하게 정해진 루틴을 따르면서 살아가는데, 어쩌다 이런 규칙이 바뀌게 되면, 패닉에 빠져서 주저리주저리 혼잣말을 하다가 소리를 지르면서 땅바닥에서 나뒹군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곤 좁은 공간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고양이처럼, 책상 아래 어둡고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서 진정되기를 기다린다.


나는, 2020년 2월 이전의 삶에서 너무나 멀리 떠나온 그래서 별종으로 변해버린 나 자신의 낯선 존재를 잊기 위해서, 세상 밖 어딘가로 떠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획을 자주 세운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은 매일 바뀐다.


1) 하루는 남극의 펭귄들과,
2) 또 다른 하루는 북극의 북극곰과,
3) 다음날은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 가서 ’ 체우 스칼 체리‘라는 토종 돼지와,
4) 또 그다음 날은 포르투갈에서 가서 올리브 나무들과
5) 그리고 어제는 칠레 파타고니아에 가서 산양들과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홀로 남은 현실을 탈출해서 세상 밖 그곳으로 가면, 나를 받아줄 수 있는 동물친구들과 나무들, 그리고 어쩌면 나 만큼이나 별난 인간들이 있을 거 같다는 기괴상상력이, 스스로도 낯선 자신의 별종 identity에 대한 두려움을 잊을 수 있게 해줄까?  


<남미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남부에 걸쳐있는, '파타고니아의 안데스 지형'을 배경으로 외로운 등대가 낯선 모습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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