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후의 피터팬 작가의 인생은 엉망진창입니다. 뒤죽박죽 엉켜버린 인생의 시작은, 2년 전인 만 49살이 되던 해에, 회사 직원에게 업무회의 중, ‘이렇게 일하면서 회사 월급을 받느냐’는, 차마 입에 담어서는 안 되는 폭언이 발단이었습니다.
이 발언으로 인해서 회사에서 중징계를 받았고, 25년 동안 몸담았던 라디오 PD의 직을 사퇴하고 1년 동안 안식년을 냈습니다. 안식년 동안 새롭게 시작할 일을 알아보고 안식년 후에는 퇴직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징계/안식년 등 갑자기 닥친 일들에 저 역시 당황하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별일도 아닌 일에 집에서 두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크게 화를 냈습니다. 이 일로 아내와 두 아이들은, 저와 헤어질 것을 요구했고, 아내와 이혼도 하게 되었습니다.
제주에 혼자 내려와서 살면서, 아내와 가족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이미 가족은 저에게서 마음을 굳게 닫았기에 다시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괴로워서 자살을 결심했습니다.
제주의 혼자 사는 집에서 나와, 무작정 차를 몰고 가다가 어딘가 낭떠러지 같은 데서 투신자살을 하리라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서면서, 저의 유일한 친구들인 대학 동기들에게, ‘그동안 너희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이젠 안녕’이란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제주도 표선면 외에는,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낭떠러지는 찾지 못하고, 친구들에게서 수십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그중 한 친구가 제주 경찰에 신고를 해서, 죄송하게도 제주도 119 구조대원분들과 경찰분들이, 제가 비운 집을 찾아와서 집 대문을 부수고 저를 찾아내려 하셨습니다.
제주 경찰분들 한테서도, '죽으면 안 된다, 아직 한창인 분인데 그런 결정을 하시면 안 된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결국 친구들의 설득과 경찰분의 권유에 제주에서의 자살은 포기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낭떠러지를 찾아 계속 차를 몰다 보니 제주 공항까지 가게 되었거든요.
서울행 비행기를 탄 이유는 마지막으로 두 아들을 보려는 것도 아니었고,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뵈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50년 동안 살았던 서울에서는, 투신자살을 할 만한 장소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인근의 25층 빌딩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봤어요. 뛰어내리면 많이 아프겠지. 그래도 ‘딱 1분’ 이면, 모든 괴로움이 끝날 테니, 차리리 뛰어내리는 게 낫겠다 생각했어요. 창틀에 올라서서 아래를 오랫동안 내려봤는데 뛰어내리지는 못했어요. 누가 말린 것도 아니고, 아파트 주민들이 수상한 사람이 복도 창가에서 서성인다고 신고를 해서 경비아저씨한테 붙잡혔거든요.
피터팬 작가의 자살 모의는 이렇게 미수로 끝났고, 저를 걱정해주던 서울 친구들은 제가 있는 곳까지 찾아와서, 그래도 살아야 한다며, 저를 친구의 집으로 데려가서 3박 4일을 묵게 해 주었어요.
제 나이 마흔 아홉살 이후엔, 제 삶의 모든 게 엉망진창이에요.
그래도 살아야 할까요? 제가 살 가치가 있을까요? 세상은 살아갈 만한 이유가 있는 곳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