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때 누나는 6학년, 형은 5학년이었다. 누나하고는 5살, 형 하고는 4살 차이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어렸을 때 누나나 형하고 같이 놀아 본 적이 별로 없었다. 혼자서 놀다가 어머니께서 장에 가시면 항상 졸졸 따라다녔다. 집 근처에 있는 중앙시장도 가고, 청주에서 제일 큰 육거리 시장도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다녔다. 집에 혼자 있는 것도 무섭고, 같이 놀 사람도 없어서 어머니하고 장을 같이 많이 보러 다녔다.
시장에 가면 구경거리가 너무나 많았다. 강아지 파는 사람도 있고, 토끼나 닭을 파는 사람도 있고, 생선이나 야채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재미있고 신기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머니를 따라다녔다. 당시 우리 집에는 할머니까지 포함해서, 아버지 일을 도와주는 형들까지 8명이 살고 있어서 어머니는 매일 같이 장을 보러 다니셨다. 물건을 다 사고 나면 어머니 혼자 들고 오기 힘들어서 내가 같이 들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살아있는 닭을 사 오면, 어머니가 집에서 직접 잡아 털도 다 뽑고 저녁에 온 가족이 먹을 수 있게 푹 삶으셨다. 매일 같이 8명이 먹을 삼시 세끼를 하시느라 어머니는 하루 종일 앉아 있을 새도 없으셨다.
나는 중학교에 가면서 공부에 빠져 버렸다. 책 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학교가 끝나면 집 근처에 있는 학생회관에 가서 밤 10시까지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고 집에 왔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는 어머니와 장을 보러 가는 것이 드물어졌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야간 자율 학습이라고 해서 3년 내내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에 오면 11시였다.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까지 학교를 가야 했다. 주말에도 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 때 어머니와 장을 보러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35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갔다. 시장 대신 집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로 갔다. 아버지 좋아하시는 참외도 사고, 어머니 좋아하시는 청포도도 샀다. 깨끗하게 손질해서 비닐로 덮어 씌운 생선도 샀다. 간식으로 인절미도 사고, 닭을 삶을 냄비가 너무 오래돼서 새로운 인덕션용 냄비도 샀다.
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머니와 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어머니와 함께 장을 몇 번을 같이 더 볼 수 있을까? 그래도 지금은 걸어 다니실 수 있으시니 같이 장을 볼 수 있지만, 더 시간이 지나면 그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 매일 같이 어머니와 장을 보았듯이, 정말 앞으로 많은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버지 드시고 싶은 것, 어머니 드시고 싶은 것 원 없이 사드리고 그것들 다 실컷 잡수시는 그러한 시간이 정말 많이 남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하늘은 나에게 축복을 내려 주셨다. 두 분이 아직 내 옆에 계시니. 나에게는 어찌 보면 돈으로 살 수 없는 엄청난 축복이며 은혜다. 다음번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갔던 육거리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갈까 싶다. 예전처럼 시장에서 호떡도 사 먹고, 어묵도 어머니와 함께 사 먹을 생각이다. 예전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어머니께서 사주셨지만, 이제 내가 부모님 좋아하시는 것을 사드려야 할 때다. 하늘이 주신 축복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