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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Oct 28. 2022

드라마를 끊고 블로그를 시작하다

엄마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

결혼 4년만에 생긴 아이는 그저 행복일 줄만 알았어요. 적당히 신혼을 즐겼고, 어른들의 말씀이 슬슬 지겨워질 때쯤 우리 부부에게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이것저것 검사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감사하게 생긴 아이였어요. 임신 막달까지 일을 했고, 아이를 딱 낳고 쉬자마자 휴식이 찾아와서 기쁨만 있을 줄 알았는데 육아는 정말 하루 하루가 답이 없었어요. 나름 아이들과 관련된 직업을 했어서 자신이 있었던 저도 신생아를 키우는 것과 예민한 아이를 재우고 먹이는 일이 고되다는 것은 역시 리얼육아 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건 '막막함' 이었어요. 


예민한 아이가 조금이라도 자주어야 쉬니깐 아파트 단지 조용한 벤치에 앉아서 쉬어야 했고, 첫째 아이가 두돌이 지날 때까지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본적이 없어요. 물론, 그 커피를 사오다가 아이가 발버둥치는 사이 떨어트리고 유모차를 밀다가 떨어졌을 때는 정말 하루의 힘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지요. 제게 사치를 부릴 수 있는 거라고는 커피를 마시는 일 뿐이었으니깐요. 


그런데, 첫째 아이가 돌도 되기 전에 모유로 고생하다가 일찍 단유를 한 저는 연년생 둘째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 독박육아가 끝나려나 싶었는데 또 둘째라니 정말 거짓말과 같았죠. 그 때 알았어요. 여자로, 엄마로 살아간다는게 정말 정말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큰 고통과 힘듦도 있는 거였구나. 이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구나. 연년생을 출산하면 장단점도 있겠지만 그 때의 저를 생각하면 정말 "막막하다, 답답하다" 라는 생각밖에 나질 않았어요. 


한창 사회생활을 열심히 해야하는 30대의 남편, 무슨 일이 생겨도 아이들 하원을 대신 부탁할 가족이 한 명도 없었기에 다시 아동센터에서 7-8시까지 일한다는게 까마득했어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두렵고 자신이 없었어요. 아이가 아플 때, 원에서 갑자기 연락이 올 때 제가 도와줄 수도 달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 생기면 저는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에게 집중해서 최선을 다했던 것도 같아요. 일 대신 육아는 잘해보려고, 나는 직업도 상담사엄마니깐 아이들을 더 잘 키워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제 미래는 보이지 않았어요.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애들 크면 뭐할꺼야?" "다시 복직할꺼야?" 라는 화두는 항상 나왔던 것 같은데 모두들 마땅한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었어요. "어린이집 보내면 운동 시작할거야" 라거나 같이 무엇을 배워보자는 것일 뿐, 미래를 위한 계획을 꿈꾸는 다들 막막했던 것 같아요. 보통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은 워킹맘 또는 전업맘으로 나뉩니다. 워킹맘 중에서는 정말 도우미를 써가면서 용기있게 자기 일을 지속하는 엄마들도 많겠지만 보통은 아이가 한참 자주 아프고 일찍 하원해야 하는 시기 누군가 한 명은 대신 해줄 수 있는 가족이 있을 때 좀 더 수월하게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되지요. 물론,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고 말에요. 


한편, 전업맘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아이 옆에 있기에 더 잘해야 할 것만 같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반복되는 육아 속에서 지쳐만 가는데 남편은 회사일로 바쁘고 외벌이로 힘듦은 감수해야하고, 어느새 한참 꽃다웠던 20대를 지나 항상 비슷한 옷차림에 크림 바를 시간없이 시간이 나면 아이 먹을거리, 아이 놀거리를 구입하는 것만도 빠듯하게 되지요. 외벌이에 한창 일하느랴 자주 야근하는 남편과 하루의 힘듦을 씨름하고 투닥거리며 아이둘을 출산했을 때는 엘리베이터에 달린 거울조차 보기 싫었고, 왜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달아놓았을까 원망스러웠습니다. 어느새 20대 때 친구들 모두 태우고 여기저기 놀러가보자며! 외치던 당찬 제 모습은 사라지고 푸석푸석한 피부에 츄리닝 아니면 수면잠옷에 늘어나는 기미, 예민한 아이가 친구를 초대하고 한시간을 울다 잠들던 날을 겪고 겪다보니 어느새 친구들 초대도 미안해서 못하고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게 되었을때 우울해하던 저에게 "블로그 한 번 시작해봐~ 너는 잘 할것 같아" 했던 그 말이 당장 들리지도 않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었는데 순간 결심이라는 걸 하게 되었습니다.


외벌이에 물건 사는 것들 조차 남편에게 미안하고, 그 미안해하는 내 자신에게 또 화가 나고, 잠든 아이 모습을 보면 또 당연한 일을 하는건데 왜 이런 마음이 드는걸까 속상하고, 그렇게 육퇴하고 의미없이 이것저것 찾아보던 드라마도 아이쇼핑도 끊고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이미 육아를 하다보니 몇 시에 무슨 방송을 하는지도 잘 몰라서 놓치고 나중에서야 지인에게 소식을 전해들으면 찾아보는 "엄마"가 되었기에 티비를 끄기 시작하는 생활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블로그를 시작하고는 낮잠시간과 육퇴만 기다렸다가 그 때마다 글을 썼어요. 덕분에 저는 블로그 4년차까지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느랴 멋진 카메라나 어떤 편집 기능조차도 알지 못했습니다. 언제 아이가 깰지 모르니 항상 대기해야 했으니깐요. 그때 그 아이들이 어느새 여섯살, 일곱살이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참 사이가 좋고, 싸우기도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이 세상 엄마가 너를 믿어주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줍니다. 이젠 어느새 제 모델도 되어주고 오늘도 이 글을 쓰기 전 엄마들을 위한 강의가 있어서 컴퓨터방에 와서 "엄마 잘해~ 내일 봐" 애교를 부리고 세상 내 맘 알아달라는 표정으로 한껏 힘주어 웃어주면서 문까지 친절하게 잠그고 자리를 비켜주고 저를 이해하고 도와줍니다. 그리고 저는 이 아이들과 함께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 미래를 위해 글을 쓰고 꿈을 꿉니다.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통점을 가진 저와 남편은 그 누구보다 가족의 소중함과 빈자리라 크기에 이 순간 순간이 얼마나 귀중하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육아를 하고 저처럼 힘든 터널을 지나는 엄마들에게 꿈과 희망이 가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어서 글을 쓰고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엄마이기 전에 "나" 였습니다. 저는 그저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었고, 저도 함께 웃고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꿈꿀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오늘은 어떤 하루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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