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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Oct 28. 2022

핸드폰으로 대체 뭐하는 거야?!

애엄마가?! 왜?!

태어나자마자 태열, 열이 많은 아기였던 첫째 아이는 자주 잠에서 깼습니다. 열이 많은 아이라 얼굴은 태열이 가득하니 속싸개도 쉽게 덮어줄 수가 없었는데 속절없이 잠에서 깨는데다가 저는 둘째 출산까지 내내 모유양이 부족한 엄마라 아이의 수면습관을 잡는다는게 쉽지만은 않았지요. 첫째 5-6개월동안 미역국만 먹고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포기해야 함을 깨달았어요. 덕분에 둘째도 일찍 분유를 먹이게 되었지만 두 아이 모두 그리 오래 편하게 잠을 자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그나마 둘째는 잘 자는 것 같아도 아이가 둘인데다가 연년생으로 얼마 차이가 나지 않다보니 잘 자다가도 첫째 소리에 깨버리니 속수무책이었지요.




첫째 아이를 키우던 중 블로그를 하다가 서운했던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6년 전, 너무 아이가 깨니깐 컴퓨터를 끌 시간도 없이 급히 달려가느니 차라리 핸드폰으로 답답해도 글을 쓰자며 컴퓨터 킬 생각도 안하던 무렵이니 돌 조금 지났을 것 같아요. 남편은 야근도 잦고 첫째 육아다보니 서툴어서 잠이 깬 아이를 달래기 어려웠고, 회사에서 지친 몸으로 잠이 부족하다보니 가정적인 남편임에도 서로 예민해진 상태로 서로 짜증내기 바빴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실에 나와서 핸드폰으로 포스팅을 했던건지 컴퓨터를 오랫만에 켰던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남편의 말은 사무치게 남았습니다. "애엄마가 적당히 좀 하면 안돼?!" 그 말을 듣고는 너무 슬펐고 가슴이 턱 막혔지요. (이 말만 듣는 누군가는 제 남편이 정말 나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저 글 쓰고 강의가 있으면 참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 너무 욕은 하지 말고 봐주세요^^)


육아맘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남편은 회사다니면서 육아도 하려니 힘들고, 우리는 우리대로 하루종일 아이만 보는 이 삶이 지치고 외롭고 답답하고 육퇴하면 그나마 쉬나 싶은데 할 건 핸드폰 뿐이고 깨는 아이를 달래러 가자니 그 삶 조차도 매일매일 지겹고 눈물이 나고 서글퍼진다는 것을 아실거에요. 한참 신생아시절과 돌무렵이 진짜 육아 중 가장 신체적으로 예민하고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남편은 남편대로 너무 힘들고 답답하니 대체 왜 저렇게 핸드폰으로 뭘 하는데 안 오고 안 도와줄까? 싶었겠죠. 지금도 항상 남편은 "같이 하자" 고 말하지만 독박육아맘은 대체 그럼 언제 내맘대로 쉴 수 있는지를 모르니 저는 그게 참 답답했어요.



<빛날맘 엄마가 직접 제작해준 딸과 커플 앞치마>

저는 아이들 관련직업을 가진 저는 수많은 아이들과의 경험이 있기에 처음보는 시조카들이나 아이들과 대화하고 공감하는게 잘 되는지라 반대로 그런 경험이 전무한 남편은 제가 없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기에 저를 찾게 되는데, 제 입장에서는 고작 핸드폰으로 글 쓰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그 말이 아직까지도 비수가 되어 꽂혔던 것 같아요. 남편은 한참이 지나 얘기를 하니 자기가 언제 그런 말투로 얘기했냐면서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며 미안함에 말을 애둘리긴 합니다. 


그렇지만 남편에게 그리고 제 마음에 솔직하려고 애썼습니다. 남편도 저도 아이들 아플 때마다 당황하고 미안함에 돌, 두돌에 기관에 보내지 못하고 센터에서 7-8시까지 근무하면서 어린 둘째를 맡길 수도 없기에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은 받아들이되 내가 할 수 있는 이 단 한가지를 최선을 다하고 싶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 이것 빼고는 내가 숨쉴틈이 없다는 것을 남편에게 인정받았습니다. 블로그 글쓰는 시간과 강의를 하고 스터디를 준비하는 시간, 중간에 마켓을 오픈해서 놀이키트 제작까지 하는 그 시간들이 늘어나기까지 저는 끝까지 남편을 설득하고 확고하게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전달해왔어요. 



<첫 커플앞치마 착용샷과 샘플 의견 주고받기 위해 사진찍는 중>

제 아이들은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 아주 다양한 일을 하고 있고, 그 돈을 벌어서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것을 먹고 사고 여행을 하고 또 마음껏 뛰어도 되는 이층집을 사려고 한다는 엄마의 꿈도 알고 있지요. 어느 날부터 둘째가 그리는 집은 항상 2층집으로 되어 있고, 첫째는 2층집 키즈풀빌라에 놀러갔다온 경험을 이야기하며 저와 2층은 생각보다 불편하고 무섭구나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을 하면서 어떤 집에 살면 좋을지 의논중입니다. 햄버거를 주문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초등학교 때 해외여행을 갈꺼야? 캥거루를 보러 호주도 가면 어떨까? 하면 겁이 많은 둘째는 비행기 타기 무섭다고 울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고요. 저에겐 2층집보다 해외여행보다 '아이들과 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마음껏 꿈꿀 수 이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위로로 하는 말이 아닌 진짜로 당장 비행기 티켓만 끊으면 영어가 문제지 돈이 문제일까? 내가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면 되지. 이런 생각으로 변하게 되었거든요.



<블로그 협찬으로 다녀온 루지체험>

그리고 그 변화를 남편이 가장 옆에서 더 크게 보고 이젠 저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남편은 그저 잦은 야근과 꾸준한 회식에도 거절할 힘이 없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한국사회에서 욕심을 부리면 안 될것처럼 배워왔기에 무조건 회사에 헌신하고 공로상을 받기도 했지만 저희 가족에게 남은 것은 마이너스 통장 3천만원이었어요. 연년생 출산 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첫째와 병원에서 자고 조리원 생활을 같이 해온 제가 했던 사치는 그저 딱 한 달만 첫째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우미 이모님을 쓰는 거였는데 그 한달에 남편의 퇴직금을 다 사용하고는 저축할 돈은 커녕 항상 마이너스 생활을 해야 했지요. 결국 남편과 저는 의논 끝에 공로상을 받은 공무원직을 포기하고 회사를 옮겼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고 또 옮겨도 연봉이 올라가면 그만큼 야근은 많아지고 올라간 연봉만큼 세금을 떼고 보니 달라짐이 없다는 것을 느꼈지요. 회사에 최선을 다해 일을 했을 뿐인데 아빠가 아이들과 보낼 시간도 부족하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애둘을 낳는다는게 이렇게 마이너스 생활을 살게 될줄이야 정말 저희 부부도 상상도 못했었어요. 아마 지금 이 글을 보는 많은 부부들도 느낄거에요. 육아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그럼에도 돌아오는게 왜이리 없는건지 말에요. 


그래서 저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가족의 행복과 남편의 퇴직, 아이들의 커감을 남편과 함께 보고 각자 전공을 살려서 자유롭게 집에서 일을 하며 몸값을 올리기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얻기 위해 저는 더 열심히 일을 합니다. 남편 또는 지금의 가족이 내가 하는 일을 반대하거나 못미더워 한다면 보여주세요. 그 일이 어떤 일이고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직접 확인시켜주세요. 그러려면 내가 내 일에 자신이 있어야 하겠지요. 저는 요새 친구들이 조금씩 할만하냐고 수익이 괜찮냐고 물어보면 쑥쓰러움은 덮어두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집에서 하기에 너무 괜찮아. 월 2-300만원은 벌고 이젠 마켓은 좀 쉬고 엄마들 강의해. 나 빛날맘 대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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