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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리더십

by 오와나

초, 중학생 시절, 나는 곧잘 반장, 부반장 같은 것을 했었다.

(약간 명예욕이 있었던가)

내가 당선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이야기할 때 꼭 언급한 덕목이 바로 나의 리더십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반 전체를 이끌고 어쩌고저쩌고...

그때는 내가 리더십이 출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서는 게 싫어 조용히 지냈지만, 대학생 때 자소서를 쓰면서도 '리더십'은 늘 내게서 빠지지 않는 자랑거리였다.


입사한 지 10년 차가 된 올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쌓기 어려운 건,

업무능력도 순발력도 영어실력도 아닌, 리더십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리더십은 그냥 간단한 역량이 아니었다.

쉽게 말하면 '팀 전체를 이끄는 힘'이겠지만,

사실은 누구도 삐지지 않게 감정적으로 잘 타이르면서도 때론 단호하게 혼낼 줄도 알아야 하고, 업무적으론 모든 걸 다 아우를 수 있을 만큼 큰 흐름을 볼 줄 알아야 하며, 타 팀과의 소통 역시 원활하게 진행해야 하고, 우리 팀에 이로운 것은 취하되, 불리한 것은 적절하게 밀어낼 줄도 알아야 하고, 윗사람들과의 정치에 꽤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리더십인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충족시켜도 작은 것 하나가 어긋나면 좋은 소리를 결코 듣기 어려운 자리가 바로 리더의 자리였다.

나를 스쳐간 여러 리더들은 (일을 잘하든 못하든) 대개는 욕을 먹었는데, 내가 2~3년 차 작은 나부랭이 시절에는 공공의 적이 있다는 것이 왠지 신났고, 6~7년 차가 되어서는 그들의 입장을 다소 이해하게 되었고, 10년 차인 지금은 거의 준 리더가 되어 리더의 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팀장이 실무적인 일은 덜 하는데도 대리보다 월급이 많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리는 주어진 일만 하면 되지만 팀장은 그렇지 못했다. 팀 전반적인 업무 전체를 다 컨트롤해야 했고, 내가 틀리면 나는 팀장님한테 혼나지만, 뒷수습은 팀장이 임원진한테 가서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것을 잘 몰랐고 이제야 그 업무에 무게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캡처.JPG 무한상사 유 부장님도 분명 리더의 고충이 있었을 터.




팀장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자기한테 불리한 상황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팀원'과 왜 못해? 할 수 있잖아? 결과 뽑아봐! 만 반복하는 결과무새 '임원' 사이에서 나의 팀장은 오늘도 이리저리 치이는 중이다.


아직 나는 팀장이 아니지만, 팀장 바로 밑 관리자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괜히 리더십 관련 도서만 뒤적이고 있다. 어딘가 내가 찾지 못한 답이 있을까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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