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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티제 Oct 24. 2021

아빠, 뭔가 아귀가 안 맞는데?

시기가 겹치잖아?

다시 한번 말하면, 엄마와 아빠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엄마는 아빠를 '그냥 키 작은 남자애'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빠는 어땠을까?


나: 엄마 처음 봤을 때 생각나? 

아빠: 정확히는 기억 안 나. 남자들은 남자끼리만 놀던 때니까. 날마다 축구만 했어. 그 와중에 짝사랑하던 여자애가 있긴 했는데, 엄마는 아니었어.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그즈음에 엄마가 노래 부르는 걸 봤어. 그거 보면서 ‘저렇게 노래 잘하는 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 엄마가 원래 서울 사람이잖아. 그래서인지 깍쟁이 같아 보였어.     


나: 그럼 초등학교 때 엄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는 거네?

아빠: 그렇지. 그리고 중학교는 각각 남중, 여중을 다녔거든. 엄마랑 같은 교회를 다니긴 했는데, 교회에서 아빠가 좋아하던 여자애는 따로 있었어.


나: 엄마가 들으면 섭섭하겠네.

아빠: 그런가? 요즘 말로 하면 엄마는 ‘인싸’였고 아빠는 ‘아싸’였어. 그래서 엄마한테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도 있었어. 멀리서 지켜만 봤지. 당시에 교회에 이상한 여자애들이 몇 있었거든. 별거 아닌 걸로 남 헐뜯고, 누가 자리에 없으면 바로 욕하고. 또 앞에서는 친하게 지내고. 아빠는 그런 것들이 이해가 안 되더라. 

 차라리 대놓고 싸우고 때린 다음에 화해하는 게 낫지 않아? 하여튼 그런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너희 엄마는 한 번도 그런 욕을 같이 하지 않았어. 어린 나이에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 그래서 좋은 친구라는 생각을 했지. 인싸에다 성격도 좋아서 그런지 가까이 다가가기는 힘들었달까?     


나: 소녀였던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아빠: 응. 깍쟁이인 줄 알았더니 쿨하고 멋진 애라는 생각을 했지. 그러다 아빠 고등학교 때부터 성격이 조금 '인싸' 같이 바뀌었거든. 그때 자신감이 차면서 엄마랑도 많이 친해졌어. 요즘 말로 남사친, 여사친처럼 지냈어. 그렇다고 엄청 사귀고 싶고 그런 건 아니었고. 그렇지만 약간 설레기도 하고 그런 마음?     


나: 그럼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거야?

아빠: 아니? 그럴 리가. 그렇게 각자 대학을 갔는데 그때부터 엄마가 교회에 잘 나오지 않더라고. 아빠는 여전히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그래서 엄마가 대학 가서 변했다고 생각했어. 나이트클럽에 자주 간다는 소문도 들었고. 그래서인지 대학생 때는 약간 데면데면했어. 

 게다가 어느 날 버스에서 우연히 엄마를 만났는데 번개 맞은 파마를 하고 있는 거야. 머리가 아주 산발이었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 친구들한테 '정미(엄마 이름) 좀 이상해지지 않았냐?'라고 물어보기도 했어. 나중에 들으니, 엄마 머리가 원래 곱슬머리라 그런 거더라고. 그날 하필 손질을 제대로 못했는데, 비도 오고 그래서 붕 떠서 그랬던 거지.      


나: 그럼 언제부터 정식으로 교제한 거야?

아빠: 엄마가 대학 졸업하고 일을 할 때쯤 교회에 다시 잘 나왔어. 아빠는 군대 다녀온 이후라 아직 학생이었고. 첫 번째 여자친구랑 헤어진 시기였지. 그 시기에 아빠, 엄마 다른 친구들끼리 1박 2일로 놀러 다니고 그랬어. 

 지금도 그렇겠지만 남사친과 여사친은 각도가 바뀌면 연인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예전에 호감 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그때는 엄마한테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 그래서 따로 남산도 가고 대천에도 놀러 갔어.    

 

나: 대천? 둘이 1박 2일로?

아빠: 당일치기.     


나: 당일치기 확실해? 1박 2일 아니고?

아빠: 하하. 당일치기야.     


나: 잠깐. 아빠, 뭔가 아귀가 안 맞는데? 예전에 나한테 엄마가 세 번째 여자친구라고 했잖아. 첫 번째 여자친구랑 헤어진 직후에 그런 거면 이게 뭐야? 아귀가 안 맞는데? 

아빠: 아……. 


 아빠는 뭔가 숨기고 있었다. (아빠가 숨긴 이야기는? https://brunch.co.kr/@entj/37 여기에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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