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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Feb 10.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2. 취준생의 일상


"도대체 대학 졸업 못 한 사람은 어디서 일하라는 거야...후...“


도나는 구인광고 사이트를 보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의 구인광고에는 경력 무관 학력 무관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지만, 현실은 대졸 이상을 원하는 사회 현실에 대학에 진학 못한 도나에게는 서류합격의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검정고시를 통해 인제 막 고졸 졸업장을 받은 도나는 바로 취직할지 대학 진학을 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도나에게는 그 길만 고집하기에는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날로 연로해지는 할머니와 둘이 살고있는 현실에서 할머니의 건강과 생활형편을 무시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고집하기에는 이미 너무 철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도나는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취업사이트를 켜놓고 고졸 학력으로 취직할 수 있는 곳과 대졸 학력으로 취직할 수 있는 곳을 비교해봤다. 그렇게 비교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신통한 해결방법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적어도 뭐라도 해야했다.


쨍그랑, 우당탕탕탕탕.

갑자기 부엌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도나는 놀란 마음에 급하게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뛰어갔다.


”할머니! 괜찮아? 어쩌다 넘어졌어!?“

”아니 접시 꺼내려다가 갑자기 손이 떨리면서 앞이 안 보였어. 괜찮어 붕어빵 많이 놀랐어?“     


도나는 걱정과 동시에 너무 놀라서 조금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할머니는 그런 도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듯이 오히려 놀란 도나를 안심시켰다. 도나는 할머니를 일으켜 안방으로 모셔 드렸다. 도나는 할머니에게 오늘은 본인이 집안일이며 밥도 다 해드릴 테니 미용실도 오늘 하루는 쉬라며 강제로 할머니를 침대에 눕혀드렸다. 할머니는 도나의 고집에 못 이기는 척 침대에 누웠다.


도나는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는데 집안일이나 하면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다. 아픈 할머니를 위해 평소 할머니가 즐겨 드시고 좋아하는 단호박 죽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할머니가 그동안 도나가 아플 때마다 도나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었던 사랑을 이제는 도나가 할머니에게 돌려드릴 차례였다. 방금 막 구운 계란후라이와 물김치에 따끈한 호박죽을 차려놓고 안방에 들어가 할머니를 모시러 안방에 들어갔다. 할머니는 많이 피곤했는지 도나가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도 인기척을 못 느끼고 곤히 자고 있었다. 도나는 조심스레 할머니의 어깨를 흔들어 점심을 먹자고 깨웠다. 그때서야 할머니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세상에, 붕어빵이 이거 다 만들었어?“

”당연하지! 맛있겠지?“

”우리 손녀딸 다 컸네, 이제 시집가도 되겠어. 정말“     


할머니는 도나가 차려준 점심상을 보고 손녀딸을 이제 다 키워놔서 마음이 놓였는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호박죽을 한술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도나는 할머니가 죽을 삼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한껏 기대하는 눈빛으로 맛이 어떠냐고 다급하게 물었다. 할머니는 투박한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최고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취직때문에 신경을 써서인지 배가 많이 고팠던 도나도 할머니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 죽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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