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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Mar 24.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19. 영원한 이별


장례식장을 지키는 도나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할머니의 빈소에 찾아오는 사람은 할머니가 살아생전 경로당에서 함께했던 할머니  분과 펜션  할아버지가 전부였다. 도나 없이  처져 있었다. 그저 살아야해서 어쩔  없이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도나는 할머니를 화장하여  앞에 보이는 산에 뿌기리로 했다. 할머니도 본인도 서로 외롭지 않게 그리고 서로를 지켜보며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할머니를 가까이 모시기로 했. 장례식이  끝나고 진주는 혼자 있는 도나가 걱정되어 며칠 동안 도나와 함께 지내기로 했다.


도나대신 진주가 집 정리도 해주고 간단하게 저녁도 준비했다. 날도 추운데 추운 줄도 모르고 마룻바닥에 앉아 할머니의 유해가 뿌려진 앞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도나가 한없이 가여웠다. 도나의 마음도 이해되지만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두면 도나가 병에라도 걸릴 것 같아 진주는 저녁 먹자며 도나를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잔치국수 만들었는데 처음 만들어 본거라 맛이 있을진 모르겠어. 그래도 너가 좋아하는 거니까 성의를 봐서라도 한 젓가락만이라도 먹어."

"고마워. 잘 먹을게."  


평소 도나답지 않게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 몸이 움직여서 움직는 것이지 정신은 하나도 없었다. 그럴수록 진주는 더욱 밝은 표정으로 도나에게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했다. 도나는 진주의 걱정어린 부탁에 조금씩 기 시작했.  

  

"맛있다...국수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거야...흐어어엉."

  

도나는 겨우 국수 한 적가락을 입에 물었지만, 그것마저도 다 먹지 못하고 엉엉 기 시작했. 전부 본인이 잘못한 것이라며 가슴을 쳤다. 서럽게 우는 도나의 모습에 진주는 마음이 아팠다. 진주는 그 모습을 지켜볼 뿐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앵두도 도나의 슬픈 감정을 느꼈는지 조용히 도나옆에 앉아 도나의 감정을 살폈다. 그렇게 소리 없이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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