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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생명


일 년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밭에서 땅을 일구고 있었습니다


그 넓은 땅 중에 하필이면 아래에서

1센티 정도밖에 안 되는 괭이의 쇠꼬챙이 끝부분을 비껴 나지도 못하고

다리도 있는데 하필이면 몸의 심장을 관통했을까


묻어주긴 했는데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까


미안하다,

나는 정말 몰랐어

네가 그 속에서 살고 있었는지


잠을 자던 개구리는 그런 일이 일어날 줄 짐작이나 했겠는가

네게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겠지


나는
꿈틀거리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어


우두커니 가만히 서 있었어

그러다 결심을 했어

너를 꼬챙이에서 빼내 주기로


미안하다

너는 정말 많은 알을 지니고 있던데

그 많은 생명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땅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조금만 더 일찍 땅 밖으로 나오지 그랬어


아니 내가 더 있다가

며칠 더 있다가 나중에 땅을 팠어야 하는데

정말 미안하다


네가 잉태한 그 많은 생명들을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흙으로 다소곳하게 덮어주는 수밖에

너는 아직 죽은 게 아니기 때문에 묻어줄 순 없었어

덮어줄 테니 꼭 살아서 너의 알들을 부화시켜야 해


나는 옆에서 또 하나의 생명을 보았다
썩어서 두 동강이난 고구마

만져보니 물컹물컹했다


이것도 생명인데 난 왜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만져보고 버리듯이 그냥 휙 던져 버렸을까

썩어 죽은 생명이라고 단정해버린 것일까


그 추운 겨울을 땅속에서 썩어 문드러지면서까지 살아있던 생명인데 왜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한 행동을 했을까


옛날에 명의들은 문둥병에 걸린 사람도 치료해 주고

흑사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들도 목숨을 걸고 치료해 줬다는데


이미 썩어 문들어진 생명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헌신짝 버리듯 해도 되는 건가

두 생명이 나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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