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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그 남자 29화

그 남자가 "윌"을 주문한 이유

그 남자 얼마 전부터 장 건강을 고민하고 있다.
이유인즉슨 방귀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뀌고, 걸어 다니다가도 뀌고, 소변보다가도, 밥 먹다가도

정말이지 하루 중에 방귀가 너무 많이 나온다.

그래서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

'혹시 대장에 가스가 많이 차서 그런가'

'장에 뭔가 균이 있는 거 아냐'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자주 오시는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아주머니를 볼 때마다 몇 번인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급기야 주문을 넣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야쿠르트의 "윌"을 주문한 것이다.

아주머니께서는 "조금 비싼데 왜 주문까지 해서 먹으려는 거죠"라고 물으신다.

"잘 모르지만 대장에 좋을 것 같아서 먹어 보려고요"

그렇게 해서 아주머니는 다음 날부터 남자가 출근하기 전에 출입문 앞에 윌을 두고 가셨다.

그러고 나서 잊고 있었는데 아이패드로 그 남자의 통장 거래내역을 조회해(그 남자는 아내 것을 못 보는데 아내는 그 남자의 금융거래를 공유한다) 보던 아내가 3만 원이 넘는 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간 걸 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본다.
"아 그거, 저번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내가 잊어버리고 말을 못 했네, 방귀가 너무 많이 나와서 장에 가스가 찬 거 같아서 윌을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윌을 먹으면 대장에 있는 헬리코박터 균을 억제하고 장 건강에 도움이 된데"


푸하하(아내의 웃음소리)


"너 대장에 헬리코박터 균이 있는 거야, 평생 대장검사 한 번 안 한 사람이 무슨 헬리코박터 균이 있다고 그 비싼 윌을 주문해서 먹어, 당장 끊어"(무서워서 한 번도 대장내시경 못함)


"헐,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이 윌을 먹는 거였어, 나 같이 예방 차원에서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여하튼 그 남자 윌을 먹기 시작한 며칠 후부터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공교롭게도 속이 더부룩함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그만 먹을까 생각을 하다가도 추운 겨울날 배달 다니는 아주머니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이제는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출근했다가 집에 오면 아내는 매일매일 윌을 취소했는지 물어본다.
첫날은 아줌마가 안 와서 취소 못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음 날은 취소하지도 않고 취소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하루 이틀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결국은 그 남자 하나에 1,600원 정도 하는 윌을 끊지도 못하고 위에 부담이 가면서도 며칠을 더 먹게 되었다.

그러기를 며칠 후, 드디어 윌을 끊었다.


"사실은 제가 윌을 먹고 위에 좀 부담이 가는 것 같아서 지금 당장은 좀 끊어야겠습니다, 제가 다시 뭘 먹을지 생각해 보고 말씀드릴 테니까 오늘 것까지 계산해 주시면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내는 남자에게 렇게 말한다.

이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그만큼 멍청한 짓을 한 거라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그 남자는 아내의 말처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 해도 결국엔 이 글을 쓰고야 만다.


그 남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믿고 그런 생각으로 윌을 주문해서 먹었기 때문에,


(본 글은 윌의 제품을 비하하거나 왜곡하기 위한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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