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멀어진다.
옛날에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옆에 조차 가지 못한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의도적인지 실수인지,
진심인지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알고 싶지 않은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그전엔 매일매일 방도 닦고 청소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허리가 아파서 2, 3일에 한 번 청소하기도 힘들어한다.
옛날엔 밥도 세끼 다 먹었는데 어쩌다 두 끼 아니면 아침 한 끼 식사가 전부이다.
아침밥 먹고 점심엔 계란이나 고구마를 삶아서 먹고 저녁은 가끔 배고프다고 하면서도 계획적으로 굶는다.
그전에는 생전 TV도 안 봤는데 요즘은 드라마도 보고 인터넷 쇼핑 방송도 자주 본다.
과거에 비해서 웃는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쩌다 군대 간 아들이 카톡 보내오면 그때나 가끔 웃는다.
그중 신체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변화이다.
경추 디스크도 있고 황반변성도 있어 허리를 자주 아파하고 시력도 많이 감퇴됐다.
양쪽 시력이 1.5인 상태로 몇십 년을 유지했었는데 이제는 많이 나빠졌다.
그래서 안과를 다녀온 후로 돋보기를 쓰는데 노인네 같아서 우습기도 하지만 낯설지는 않다.
신체 변화 못지않게 신경 또한 굉장히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졌다.
뭐든 신경질적이고 욕을 자주 하며 행동이 과격해졌다
잠을 잘 때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주 깨며 수면시간도 굉장히 짧아졌다.
항상 수면이 부족하여 낮에도 가끔 졸립다는 얘기를 자주 하면서도 낮잠은 절대 자지 않는다.
결혼 초기 때는 잠을 잘 때 뒤에서 등을 안으며 옆에 가서 누워 있어도 모른 채 깊은 잠을 잤었는데 요즘은 선잠을 자는지 옆에서 꼼지락거리기만 해도 바로 알고 발로 걷어차며 신경질을 낸다.
그 남자의 연재를 마치며 한 번은 그 여자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그 남자의 이야기는 거의 다 그 여자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남자의 연재 글에는 아직은 못다 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조금 더 가슴 아프고 슬픈 이야기, 말로는 풀지 못하는 이야기,
그 이야기는 언제쯤에나 끄집어낼 수 있을까?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 남자 자신이 그 이야기 속에서 돌아 나올 수 있을 때 그때쯤이면 더 슬펐던 이야기, 더 가슴 아팠던 이야기를 도려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서로 아무런 관계도 아닌 제삼자가 됐을 때에나 소설 형식을 빌어 글이 쓰여지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그 남자 자기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가슴 아파하고 애달파한 시간이 많다.
너무 슬플 때는 가끔 다른 여자가 보고 싶다.
며칠 전 "김창완" 님의 최근 개정판이 아닌 2005년도에 출간된 산문집 "이제야 보이네"를 읽었었다.
거기에 그런 말이 나온다. 기다림
그 남자가 얼마를 더 기다릴 수 있을지,
아니면 평생을 기다려야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은 조금 더 같이 살아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