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아들 다니는 학교가 코로나로 비대면 시험이라 했는데 갑자기 대면시험으로 변경되어 학교에 데려다주고 갔더니 먼저 온 처남 가족들이 고구마를 캐고 있어서 생각보다 고구마 캐는 일이 빨리 끝났다.(아니 어쩌면 당신들(장인, 장모)의 아들(그 남자의 처남)이 있어서 고생 덜 시키려고 다른 부수적인 일을 하지 않고 빨리 끝냈기 때문일 것이다.)
처남 가족들은 그저께(토요일) 고구마만 캐고 집에 가고, 힘든 농사일의 최대 정점은 어제(일요일)였다.
그 남자는 깻단을 날라다 주고, 장인과 아내는 깨를 털고,
장모는 키질(키로 곡식 따위를 까부르는 일)을 했다.
깨가 너무 많아 네 명이서 하루종일깨를 털고 키질을 해야만 했다.
그 남자도 하루종일 깻단을 들고 나르는 일을 하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팠지만 다들들깨 먼지에 흙먼지에 고생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사건의 발단은 나머지 세 명이 그 남자가 제일 쉬운 일을 한다면서 불만을 제기해 이번에는 서로 역할을 바꿔서 하는데 깨를 너무 못 턴다느니, 일부러 깨 터는 게 힘드니까 못 터는 척한다느니등 다들 그 남자에게만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사실 그 남자는 너무나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깨를 터는 두 사람에게 계속 깻단을 날라다 주며 덜 말라서 다음에 또 털어야 하는 덜 마른 깻단은 다시 한쪽에 따로 널어놓고 다 털어서 버릴 깻단은 다른 쪽에 쌓아두고,
정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베어놓은 깻단 줄기에 피부가 긁히고 살이 까지는 등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었다.
아내의 행동 중 제일 맘에 들지 않는 것은 널어놓은 깻단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왔다 갔다 하는 거리가 늘어나 힘이 더 들어 그 남자도 힘든데 장인, 장모가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더도와주라고 계속 잔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 남자도 허리가 아파 힘든 걸 참고서 하고 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당신들이 힘들면 괜히 그 남자에게 일을 못한다는 등, 동작이 느리다는 등 별의별 트집을 다 잡아가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정말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들으며 개무시당하는 취급을 받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그 남자는 월요일에 휴가까지 내서 농사일을 도와준다고 한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왜 욕심을 내서 당신들 둘이서 감당하지도 못하는 그 많은들깨를 경작하느라 이 사람 저 사람 고생시키는지 도무지 알다가도모를 일이었다.
그 남자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고생은 그 남자도 했는데 정작당신들이 친척들에게 고구마며 들깨를 나눠 줄 때는 당신들만 선한 사람이 되어 모든 것을 당신들 둘이서만 한 것처럼생색을 내는 것이었다.
그런 위선자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당신들이 그러기까지 여러(딸, 사위, 아들, 며느리) 사람이 고생한 것을 알아주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일을 도와준 사람들의 고마움은 모르고 다른 이에게는 선한 사람이 되어 자선을 베풀듯이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자기 딸은팔이 아픈 것도 참으며 피곤해서 졸린 것도 참아가며 얼굴이 창백해져서 깻단을 털고 있는 모습이 아련해 보이지도 않는지 궁금했다.
아무튼 기분이 지랄 같아서 밭에서 처갓집에 도착해서도 집으로 올라가지도 않고 주차장에서 오랫동안 스마트폰만 보면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사실은 일찍 올라가면 밭에서부터 이어지는 잔소리를 더 듣기 싫은 이유가 컸다.
얼마 후 아내가 안 올라오고 뭐 하냐고 문자를 보내와서 못 이기는 척하고 올라갔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런지 다들 차분해져서 잔소리는 사라지고 피곤했는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이들었다.
다음날(월요일) 아침 오늘도 다 같이 밭에 갈 줄 알았는데 장인이 '오늘은 마늘 심을 밭만 맬 거라 할 일이 별로 없다'라며 당신과 그 남자만 가면 된다고 한다.
헐,,,
어쨌든 밭에 가서 마늘 심을 밭을 매고 나면 내일은회사 출근 준비도 하고 우리 집에 일찍 가서 조금이라도 쉬려고 서둘러 열심히 일을 했는데,
이게 웬걸,,,
마늘 밭을 다 매고 나니 날이 추워져 배추가 얼지 모른다고 속을 다 묶어 주란다.
내일은 쉬어야 하니 오늘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단다.
생전 처음 하는 일인데 못한다고 쌍욕을 하고 난리다.
"아니 사위가 매주마다 와서 일해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게 정상아냐!"
아무튼 저녁때까지 300개 정도의 배추 속을 혼자 묶었다.
손가락이 초록 색으로 변했다.
"나를 봉으로 아냐!"
목구멍까지 쌍욕이 나오는 걸 참았다.
밭에서 일하고 처갓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자기 딸은 고생 안 시키려고 오늘은 나만 데려가서생고생을 시켰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게 웬걸,,,
집에 오니 아내는 하루 종일 집안 청소, 빨래, 화장실 청소,
고구마 정리 등등등
정말이지 집안 곳곳이 다 고구마로 가득하다.
미쳤다.
지저분한 걸 못 보는 아내의 성격상 그냥 놔둘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왜 그렇게 희생만 하는지,,,
당신들은 알까!
잠도 못 자고 허리가 아픈 것을참고, 열일 제치고 당신들을 도우려는 것을,,,
아무튼 그 남자는 자신이 힘든 게 싫다.
농부의 딸과 결혼한 것도 아닌데, 그 남자가 왜 이런 개고생을 하는지,,,
아내는 가져다 먹는 만큼 일하라고 하는데 농사일도 안 하고 가져다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