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돈가스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누가 돈가스 먹자면 자다가도 일어날 듯,
옛날에는 아내가 집에서 돈가스도 해주고 그랬는데 집에서 먹어 본지는 약 5년쯤 된 것 같다.
참고로 밖에서도 안 사준다.(바보야 네가 사 먹으면 되지!)
그 남자 엄마 보러 망원동에 있는 본가 가는 날은 돈가스 먹는 날이다.
평일에 퇴근하고 들르면 저녁으로
주말에 들르면 점심으로 본가에 가면서 주문포장해서 집에 가지고 가서 먹는다.
엄마왈!
"그게 그렇게도 좋냐, 좋은 것 좀 사 먹고 다녀라,
맨날 그런 거만 먹으니 살이 안 찌지"
"어린아이처럼 돈가스가 좋은데 어쩌죠"
집에 가서는 아내에게 내색을 안 하니 본가에서 밥을 먹고 온 줄 안다.
일부러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비상금으로 현금 지출한다.(1급 비밀 누설)
언젠가 처갓집에 농사일 도와주러 갔다가 저녁 먹고 가라는데 일찍 가서 쉬겠다고 집으로 혼자 돌아올 때 차가 너무 막혀 아예 이른 저녁을 먹고 가려고 집으로 가는 경로에 검색을 해서 돈가스 전문점을 찾았다.
어찌나 맛있던지 잊을 수가 없어서 다음번에도 농사일 돕고 가는 길에 또 들렸는데 아뿔싸 브레이크타임이 있는 돈가스집이었다.
기다릴 수가 없어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간 적도 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 남자 고급스럽고 비싼 돈가스만 찾아다니며 먹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전통수제 돈가스면 된다.
왕돈가스면 더 좋고^^
오늘도 본가에 간다.
엄마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돈가스 먹으러 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오늘은 우동도 먹고 싶어 돈가스와 같이 포장해서 우동 먼저 먹고 돈가스도 다 먹으려니 배가 부르다.
그래서 동생 퇴근해서 오면 주라고 선심 쓰듯 남겨 두고 왔다.
다음엔 욕심내지 말고 돈가스만 먹자^^
언제부터인가 본가 아파트 출입문 바로 앞에 냉면집이 생겼다.
그 남자 냉면 또한 킬러다.
오늘은 주말이고 혼자라 일찍 집을 나서서 본가로 갔다.
이번엔 가면서 전화로 주문하지 않고 본가에 먼저 들러 자동차를 주차하고 엄마랑 쉬다가 홀에서 직접 먹으려고 돈가스 집으로 향했다.
12시에 가면 사람이 많을까 봐 11시에 맞춰 갔는데도 조금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었다.
내 차례가 와서 주문하면서 먹기 좋게 돈가스를 잘라달라고 했더니 어린이용 돈가스와 포장만 잘라서 준다고 한다.
아쉽지만 그냥 기다렸는데 그 남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먹기 좋게 잘라서 나온다.
주인장의 센스^^
소스에 찍어 야채샐러드와 밥은 안 먹고 정신없이 돈가스만 먹는다.
누가 보면 돈가스에 환장한 듯 후다닥 먹고 본가로,
집에 가서 오늘은 주말이라 점심은 돈가스 먹었으니 저녁은 냉면을 먹겠다고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마가 밥은 안 먹고 그런 거만 먹는다고 뭐라 한다.
그 남자 냉면 먹을 생각에 혼자 신났다.
그나저나 그 남자 언제쯤 철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