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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일상이 글이 되는 순간
Dec 19. 2024
그 남자가 이어가는 한 집에 같이 살기
날씨가 추운 탓도 있었지만
그 남자
어쩌다가
보니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게
되었습니다
.
아내가
빈둥빈둥
노
는 게
보기
싫었는지
이것저것 해보라고
시킵니다
.
먼저
늙은 호박을
손으로 잡기 좋게 자릅니다.
이번엔
껍질을 벗기고
더
조그맣게 자른 후
씻어서
냄비에
넣고
끓이기
시작합니다
.
기포가 생기면서 끓기
시작합니다
.
아내가 끓고 있는
호박이
뭉치지 않게
으깨주며
올리고당도 넣고
고구마도
썰어
넣
고 쌀도 조금
넣습니다
.
먹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는군
요^
^
시간이
조금
지나니
간을
보고
소금도
넣네요.
구경만 하지 말고 좀 저어보라 해서
주걱을 잡고 젖는데
호박이 끓으면서
튄
국물이
손에 닿자
어찌나 뜨거운지
그 남자 깜짝 놀랍니다.
세상에 공짜로 먹는 음식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
다
.
누군가의 손으로 수고가 들어가고 시간을 투자해야 맛있는 음식이
완성됩니다.
드디어
호박죽이
완성됐습니다
♡
이번엔
또
무엇을
하려는지
그 남자에게 무를
썰라고
하네요.
양파도
썰어 넣고,
멸치도
넣고, 김치 국물 넣고,
마늘
쪄서 넣고,
파도
썰어 넣고,
무국을 끓인다고 합니다.
매일
하라고 하
면 그렇지만
처음이고
잠깐이라 그런지
글을 쓰는 것보다
너무
재미있네요^^
무국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네요
.
비주얼도
좋고
나름
얼큰한 게
맛도
일품이네요
.
드디어
겨울철의
별미
무국도
완성됐습니다
♡
그 남자 100프로 본인의 손으로만 한 것은 아니지만
본인
도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손수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듯한
뭔가 뿌듯한 성취의 희열과 보람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생각보다 일을 잘하는 것 같았는지 이것저것 자꾸 시킵니다.
김도
구워
보기도 하
고,
오징어채도 작게 자르고
하다 보니
하루의 시간이 금방
갑니
다.
주부들이
다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쉬어도
되는데
집에서 이렇게 많은
일들
을 하는구나
!
라는
생각이 미치자 아내가 고맙기도 하지만
그 남자
차라리
휴일에도
출근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
니다.
오늘도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가정의
수호신들이여
당신
들의
노고에
감사드립
니다♡
사실 그 남자가 일을 도와주는 데에는
일이
끝난 후에 있을
보장된
자유시간에
대한 기대와
아내의 잔소리를 듣기 싫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심오한
꿍꿍이 속이 있습니다.
얼듯 보기에는 한 집에 같이 살며
공생하는 듯 보이지만
혼자 살기 위한
나름의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혼자가 됐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게
하여 불편함
없이
혼자서도 잘
살기 위한 준비라고나 할까요
!
언젠가는
누구나 혼자가 됩니다.
물리
적인
노화나 갑작스러운
생명의 단절이 아니더라도 별거, 이혼
등의
사유로
아주 쉽게 또는
어렵사리
어느 날
혼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지요.
아무리 좋은 빗자루도 쓰다 보면 무뎌지고 잘 쓸어 담지 못하듯이 사람도 너무 오래
같이
지내다 보면 빗자루
질도
못한다느니
잘
쓸어 담지 못한다느니
서로를 잘
쓸어주지도
담아내지도
못하게 됩니다.
그 남자
때로는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에
상처받
고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의 침통함에
고민과 회의를 느낄 때도 많지만
몸과
마음을
다잡아 가
며
아직은 한집에 같이 사는 연습을 통해
그날을 조금씩 조금씩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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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가 곧 발행될 예정입니다.
2024년 12월 26일 목요일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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