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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글이 되는 순간
Dec 12. 2024
그 남자 자동차가 막힌다고 매일 6시 50분쯤 출근을 합니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보통 7시 30분 정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면 보안을 해제하고 들어갈 수 있는 시간(8시 20분) 까지는 약 50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 남자 춥지도 덥지도 않은 운동하기 좋은 가을날에는 출근하면 회사 근처의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자 게을러서인지 자동차 안에만 있으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잠을 자거나 그냥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지는 않습니다. 가끔 책도 읽고 스마트폰으로 글도 씁니다.
그 남자 오늘은 자동차 안에서 스마트폰도 보지 않고 유난히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만의 세상이 보인다나요!
누군가 하루종일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고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을 구인란에 올린다면 그 남자는 주저 없이 지원할 것입니다.
그 남자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합니다. 세상이 참 재밌다고 합니다.
핸드폰 보며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가는 사람(애인이랑 카톡하나!)
턱선 높이 치켜들고 걸어가는 보무당당한 아주머니,
어디 가나요 유모차에 축 늘어져 앉은 꼬마 아가씨,
감기가 걸렸는지 코를 훌쩍거리고 지나가는 중년의 남성,
머리카락 흩날리며 지나가는 그녀,
그 남자 왈
"다들 자기만의 세상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그 남자랑 눈이 마주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에고, 추운데 반바지 입고 무표정하게 뛰는 외국인 아저씨,
뭔가 코믹 영화를 보고 나온 듯한 웃음기를 띠고 지나가는 사람(뭐야 설마 날 보고 웃은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무젓가락 곧게 세운 것처럼 걸어가는 사람(어떻게 몸의 다른 곳은 다 가만히 있고 다리만 움직이며 걸어갈 수 있을까? 몸과 머리, 팔, 다리가 같이 움직이지 않고 신기하다!)
50m쯤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그 남자 쪽을 바라보는 사람(설마 그 남자가 그토록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린 주인공! 그 남자를 쳐다보는 걸까? 버스가 오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걸까!)
숨을 헐떡이며 가슴에 커피잔을 끌어안고 지나가는 사람(따뜻해서 끌어안은 걸까! 손이 부족해서 가슴을 빌린 걸까!)
그 남자가 고개 들고 쳐다봐야 하는 키가 큰 젊은 남자(호리호리하고 멋지게 잘생겼다. 당당하다. 부럽다.)
코트 주머니에 손 넣고 몸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걸어가는 중년의 남자(원래도 저렇게 걷는 사람이면 술 먹고 걸어가면 분명 다리까지 비틀겠지!)
그 남자가 바라본 바로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음침하고 우울하다고 한다. 하나같이 뭔가 1%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게 뭘까!
아까 유모차로 꼬마 아가씨 데리고 지나간 그 아줌마가 다시 빈 유모차를 밀며 지나간다.(갈 때도 한 손으로 올 때도 한 손으로 유모차를 잘도 운전한다.)
대부분 한 손에 커피 한 잔씩 들고 간다.(하루라는 시간 속에 저들 손에 들린 커피 한 잔은 어떤 의미일까!)
시간이 흘러 8시가 지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출근 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러나!)
그 남자 매일 보는 사람도 하루하루 느낌과 표정이 다르다고 한다.
월요일 표정이 다르고 수요일, 금요일 표정이 다르다고 한다. 심지어는 "어제 본 그 사람이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정이 변화무쌍한 사람들에게 놀라기도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 남자의 시선이 달라진 것일까?
그 사람들이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와 기분이 달라져서 그런 것일까!
참 그 남자
심지어 자동차들도 다 저마다의 표정이 있다고 한다. 달리는 자동차를 살펴보면 자동차 뒷면에 운전자의 표정과 그 사람만의 특징이 같이 보인다고 한다.
혹시 그 남자 다음번엔 자동차들의 표정을 글로 올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