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오늘은 38년 지기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중구 회현동으로 나가는 날입니다. 3, 6, 9, 12월 둘째 주 토요일 오전에 모여 산행을 하거나 둘레길 등을 걷는데 마지막인 12월은 저녁에 모입니다. 오늘 약속 시간은 오후 5시라 늦장을 부려도 되지만그 남자 꿍꿍이 속이 있어 새벽부터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내는 며칠 전에 처갓집에 가서 혼자 있지만 내일은 처갓집에 있는 아내를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에 추워도 오늘창문을 열고 이불도 털고 청소를 합니다. 첫 번째 꿍꿍이는 며칠 전부터 벼르고 있던 영화 "글래디에이터 2"를 보려로 저번 주에 마음을 정한 것입니다. 그 남자 나름 웅장한 스케일의 서사적인 영화를 좋아합니다^^ 영화 시작은 9시 35분이나 그전에 겨울나무 사진을 찍기 위해 들러 보아야 할 곳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브런치 스토리에 예약글로 올린 "나무들도 죽는구나" 하는 시에 들어가는 사진인데, 그 사진은 초록이 무성할 때 찍은 나무의 사진이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장소에서 나뭇잎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만 있는 겉으로 보기에는 죽어 있는 듯한 동일한 나무의 사진을 같이 올리고 싶었습니다. 손도 시리고 추운데 무슨 궁상인지 저도 어떨 때는 그 남자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무튼 그 나무는 그곳에 그대로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죽은 듯 서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 과거에는 그런 것도 몰랐는데, 자주 가는 영화관 씨네큐 마이페이지에 일만 포인트 조금 넘게 포인트가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계산하면서 포인트를 쓸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본 영화는 일반관이 아닌 특별관 상영영화라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조조 상영인데도 결국은 일만 육천 원을 다 내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영화관의 전략인지 상영시간(9시 35분~12시 15분)이 길어서 인지 일반관이 아닌 특별관에서만 상영하더라고요) 영화의 스토리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로마시대 영웅 이야기였습니다. 그 남자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의 한 부류입니다.
그 남자 가끔 영화를 몰아서 봅니다. 얼마 전에는 그 나이에 유치하게 "모아나 2"도 혼자서 보았습니다. 다음번에 "포레스트 검프"를 보려고 찜해놨습니다.
그 남자 영화가 끝나자마자 자동차를 몰아 어디론가 갑니다.
저번주에 본가에 가지 못해서 오늘 가는 것입니다.
그 남자의 두 번째 꿍꿍이, 아내가 집에 없으니 구차하게 얘기할 필요도 없이 소리소문 없이 본가에 다녀올 계산인 거죠^^
웬만하면 꼭 두 개를 삽니다. 하나는 그 남자 말고 혹시라도 엄마를 찾아온 누군가 먹을 수 있게 두 개를 삽니다.
어머니가 또 잔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밥도 안 먹고 밀가루 음식만 먹네"
"아침 먹고 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그 남자 아침에 남아 있는 국도 없고 귀찮아서 라면 한 개 끓여서 전날 남은 찬밥에 말아먹고 나왔습니다.
아내가 쪄놓은 고구마 남아 있던 거 세 개 지퍼백에 넣어 엄마네 집에 오면서 그중 한 개 먹었습니다.
엄마가 갑자기 "넌 이놈아 아버지 돌아가진 지 2년이 다돼 가는데 절(어머니 종교가 불교)에다 쌀 보시도 안 하냐"라고 버럭 화를 내십니다.
그 남자 이런 일쯤은 시끄럽지 않게 잘 받아줍니다.
"그러네요 제가 너무 무심했네요, 올해 가기 전에 10킬로짜리 하나 사서 절에 들려 보시하고 올게요"
오늘 처음으로 어머니가 불만이 가득 찬 잔소리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신은 단순해서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면 잘 넘어갑니다. 어린아이처럼,
아시죠, 어른들은 당신 마음 내키는 대로 맞춰주면 좋아하는 것^^(물론 그러다가 평생 마음 맞춰주며 살지만 어쩌겠어요~)
오후 3시입니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간입니다.
그 남자 자동차를 몰아 집으로 옵니다.
집에 도착해서 밀려있는 양복 세탁소에 맡기러 갑니다. 세탁소 아주머니 얼굴만 보고 누구시죠 하고 꼭 이름을 불러줍니다. 대단합니다. 다음에 온 손님도 어서 오세요? 누구누구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사람 이름을 저렇게 다 외우고 있는지 배워야 할 장인의 정신이죠^^
그 남자 자동차를 놔두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걸어서 신도림역으로 이동합니다. 찬바람이 많이 불어 조금 춥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신도림역 역사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들 어디서 나와서 어디 로들 가고 있는 걸까요!
사람들의 움직임이나모습들도 각양각색입니다.
다들 세상이라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습니다.
약속 장소는 중구 회현역 근처 삼겹살집입니다.
그 남자 신도림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서4호선으로 갈아타서 한 정거장 더 가야 하지만 서울역에서 내려 조금 걷기로 합니다. 모처럼만에 "서울로 7017"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역시 여기도 바람이 많이 불어 춥습니다. 그렇지만 추워서 그런지 사람도 드물고 평상시보다 시내가 조용합니다.
서울역에서 회현역까지 지하철로는 한 정거장이지만 이리저리 한눈팔고 사진도 찍고 하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어찌 됐든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잘 도착했습니다. 모임 전체 인원은 15명인데 9명이 왔으니많이 온 거죠?
삼겹살을 시키고 소주에 맥주 몇 병을 시키고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는 친구들도 옛날처럼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습니다. 적당히 취기를 느낄 정도로만,
그 남자 돌아올 때도 다시 "서울로 7017"쪽으로해서 서울역까지 걷습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올 때보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지하철에도 올 때보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다들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오는지 오늘도 세상이라는 역사의 바퀴는 돌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