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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킥오프(3)

다음날 아침 학교 교실에서는 어제 축구 시합을 한 친구들이 모여 앉아

'네 슛이 가장 멋졌다'

'프리킥의 각도가 손흥민보다 더 대단했다' 등등

어제 있었던 축구 경기 승리의 흥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 아이들끼리 술렁거립니다.

누구보다도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에 대한 관심과 축구 관련 상식도 많은 민수지만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하지 않은 민수는 친구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함께 이야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소외감과 누구에게 인지 모르는 원망이 뒤섞여 하루를 힘들게 보내다가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달려온 민수는 동생 종수가 공놀이를 하러 가자는데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못 들은 척 방에서 나오질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로 종일 시무룩하게 방에만 있던 민수는 엄마가 퇴근해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하자마자 슬그머니 방에서 나와 엄마에게 다가갔습니다.

'음 우리 민수가 오늘은 웬일로 공 차러 안 나갔네'

민수는 엄마에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엄마,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축구를 하지 못하니 학교에서도 같이 어울릴 수 없어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요'라고 얘기하면서 '저도 친구들처럼 방과 후에 사설 축구를 배우면 안 돼요'라고 엄마에게 재촉하듯이 말했습니다.

엄마는 '아직은 우리 가족이 돈을 더 저축해서 민수와 종수가 방도 각자 쓰는 큰집으로 이사도 가고 다음 달부터는 너희들도 영어학원도 다니고 해야 한다'라며

'사설 축구 배우는 것은 그리 급한 게 아니니 조그만 더 기다려 보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민수는 '엄마 때문에 내가 친구도 못 사귀고 학교에서도 혼자만 지내는 거 알기나 해,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같이 공도 차고 축구시합 끝나면 피자도 먹으러 가서 축구 이야기도 하며 친하게 지내고 싶단 말이야'

'그깟 영어학원 따위는 필요 없단 말이야'라고 화를 내며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엄마는 속이 깊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민수라 그런 아들을 나무라지도 못하고 미안한 마음에 밖으로 뛰어나가는 민수의 뒷모습만 바라다보았습니다.

자기 맘을 몰라주는 엄마에게 화가 나서 막상 저녁도 못 먹고 집을 나왔지만 민수가 갈 곳이라고는 체육공원밖에 없었습니다.

체육공원에서 공을 차던 친구들은 엄마 아빠를 따라 집으로 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준비들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민수는 서쪽으로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며 자신은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움과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다정하게 형을 부릅니다.

'형 여기에 있었구나 엄마가 많이 걱정하고 계셔, 어서 들어와서 저녁 먹으래'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형아'

민수는 배도 고프고 엄마에게 화내고 나온 것이 마음에 걸려 못 이기는 척 동생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민수는 자기를 위해 엄마가 따로 차려 놓은 저녁을 먹고 민수가 난처해할까 봐 나무라지도 않고 자리까지 피해 준 엄마의 마음을 알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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