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아버지는 약주를 드셨는지 약간 술에 취해 들어오셨습니다.
아버지는 엄마와 우리들에게 미안하다며 할 얘기가 있다고 잠깐 보자고 하시더니
'다니는 회사가 지방으로 이사를 가서 다른 곳에 취직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우리 집도 이사를 하여 동생과 저도 학교를 전학 가야 하니 다들 잘 이해해 달라'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급하게 이루어진 일이라 민수네는 그렇게 이사를 하고 학교도 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민수네는 이사를 하고 엄마도 다행히 이사 간 집 근처의 마트에서 새롭게 일자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사를 하고 학교도 전학했지만 민수에게는 가까이에서 축구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새로 전학한 학교가 시골인데도 잔디 축구장이 있고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는 축구부가 있는 학교였습니다.
민수는 학교가 끝나면 운동장 계단에 않아 축구부 아이들이 연습하거나 시합하는 모습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방과 후에 운동장 벤치에 앉아 축구부가 두 팀으로 나뉘어 시합을 하는 것을 구경하는데 민수가 않아 있는 계단 밑으로 축구공이 데굴데굴 굴러왔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 민수에게 축구부 아이들이 공 좀 차 달라고 소리치자 민수가 계단을 내려가서 '뻥'하고 찼는데 그 공이 골대로 날아가서 골인이 된 것입니다.
'와'하는 아이들의 환호성에 민수는 어쩔 줄 몰라합니다.
경기가 다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민수를 부르시더니
'너 내가 쭉 지켜봤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가 축구하는 것을 지켜보더라'
'몇 학년 몇 반이니'
'네 저는 저번달에 전학 온 4학년 1반 김민수입니다'
'이 공으로 드리블해서 저쪽 골대까지 몰고 가서 슈팅까지 한 번 해보겠니'
민수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감독님 앞이라 떨리기는 하지만 침착하게 드리블하여 멋지게 슈팅까지 날렸습니다.
민수의 드리블과 슈팅을 지켜본 감독님은
'너 축구를 좋아하는 줄만 알았는데 실력도 있는 친구구나'
'원래 우리 학교는 1년에 한 번 신학기 때 축구부원을 모집해서 실기시험과 필기시험을 치르는데 네 담임선생님께는 내가 허락을 받을 테니 축구부에 들어올 생각 없니'하는 것이다.
민수는 고민할 시간도 없이
'네'하며 넙죽 인사를 합니다.
'이것은 축구부 가입 동의서인데 집에 가서 부모님 도장받아 오너라'
민수는 뛸 듯이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와 엄마와 아빠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립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다 얘기하고 엄마에게 축구부 가입 동의서를 내보입니다.
엄마는 대답 대신 그동안 해주고 싶은 것 못해줘서 미안하다며 따뜻하게 안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