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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킥오프(1)

민수는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달려와 축구공을 들고 동생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체육공원으로 달려갑니다.

민수가 다니는 학교는 운동장도 작을 뿐 아니라 축구장이 없어 학교에서는 공을 찰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축구를 좋아하는 민수 입장에서는 잔디구장도 구경할 수 있는 집 근처의 체육공원으로 공을 차러 가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민수 부모님은 연년생인 초등학교 4학년인 민수와 3학년인 동생 종수를 부족하지 않게 남들만큼은 해주려고 아버지는 중소기업체에 다니고 어머니는 동내 마트에서 캐셔로 맞벌이를 하시느라 저녁때가 되어서야 들어오십니다.

체육공원 축구장에는 오늘도 여지없이 또래 아이들이 멋진 유니폼에 폼 나게 축구화를 싣고 몸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도 하고 운동장을 몇 바퀴 뛴 후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패스 연습도 하고 축구장을 가로지르며 드리블 연습도 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민수도 이에 질세라 동생 종수와 함께 축구장 펜스 밖에서 공을 주거니 받거니 패스하면서 열심히 몸과 발을 움직여 봅니다.

그렇지만 체육공원 운동장은 저녁 6시까지는 사용료를 지불하고 운동장을 빌려서 단체로 사용하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어 민수와 종수는 축구장 옆의 빈 공간에서 공을 차야 하므로 잔디구장에서 볼을 차며 운동하는 또래 아이들처럼 신이 나지는 않습니다.

드디어 아이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국가대표처럼 심판도 있고 코치님의 지도를 받아 가며 시합을 시작합니다.

달리고,

넘어지고,

드리블하고,

패스하고,

슛하고,

막아 내고,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자신의 아이들이 수비수를 제치고 드리블하거나 슛을 날릴 때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응원의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아쉬운 탄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이에 질세라 열심히 주거니 받거니 한 민수와 종수지만 막상 아이들의 경기가 시작되면 자신들의 공 놀이는 제쳐두고 벤치에 앉아 공을 가슴에 끌어안고 관람객이 되어 이내 구경만 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시합하는 걸 구경만 하느라 답답했는지 민수가 동생에게 한마디 합니다.

'종수야 우리도 저 정도 드리블은 하는데, 그렇지'

'아유 답답해, 저기서는 슛을 해야지, 왜 골대 앞에서 머뭇거리다 공을 뺏겨'

민수의 열정적인 모습은 마치 그 아이들과 한 팀이 되어 축구장에서 같이 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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