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나는 지점으로 발령받아 나온 지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두 번째 지점으로 인사 발령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현숙이,
키도 크고 날씬한 아이였다.
어찌 보면 키도 작고 왜소한 나하고는 격이 맞지 않는 아이였다.
그렇지만 내가 누구더냐!
무모해 보여도 시도는 해보는 성격이다.
단순히 좋아한다는 명분 아닌 명분으로!
결혼 못한 총각이 결혼 안 한 처녀를 좋아한다는데 무슨 명분이 더 필요하랴?
다행히 이번엔 결혼하지 않은 미스인 것이다.
그전처럼 유부녀를 좋아하는 잘못된 단추는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연애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사전계획도 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아이 앞에서 그냥 "널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순수한 것인지,
바보! 참 미련하긴, 무드도 없고,
예상은 했지만 보기 좋게도 그 아이는 이상한 사람을 본 것처럼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리액션이 돌아왔다.
내가 취한 그다음 행동은 더 무모했다.
퇴근하고 무작정 자동차를 몰아 그 아이의 집 근처로 간 것이다.
(아무래도 집 앞으로 가는 게 병인가 싶다,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정은이네 집 앞으로 갔었는데 - 이 연재글의 3회 차 글 참조)
퇴근 후 나의 첫 자가용인 "프라이드"를 타고 가서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자동차에서 기다리다 그 아이가 출근할 때 만나서 같이 회사로 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쉽게 말해서 내가 정말 싫은지 아닌지 결말을 보려는 의도로 취한 행동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이없고 대책 없는 행동이었다.
결과적으로 난 자동차에서 뒤척이다 새벽녘에 잠이 들어 그 아이가 출근하는 것도 못 보고 혹시나 아직 안 갔을까 봐 더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아무것도 생각대로 된 것이 없이 지각을 해서 회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 일이 있은 뒤로 얼마 후에 나는 다른 지점으로 갑자기 인사발령이 났다.
그 아이가 내가 귀찮게 해서 지점장님께 상담을 해서 내가 갑작스레 인사이동이 난 것이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측은 했다.
어쨌든 난 인사이동을 하여 다른 지점에 가게 됐고 급하게 인사이동을 하여 송별회를 못해서 다른 지점에 근무하다가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 송별회를 해준다고 불렀는데 나는 그 아이를 볼 면목이 없어서 아니 그 아이에게 창피해서 송별회 자리에 가질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곳의 지점장은 다음번 정기인사이동시 인사부장이 되었다.
난 그날의 괘씸죄인지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 동기들에 비해 책임자 승진이 매우 늦게 됐다.
그러나 그날의 일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뿐이다.
그렇게 나는 허락되지도 않은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고 또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어디선가 다른 지점에 근무할 때 사내 게시판에 그 아이가(현숙이가) 결혼한다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았다.
잘 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