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부녀를 좋아한 남자

나는 실업계(지금의 특성화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입사하여 본점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3년이 지났을 무렵에 폐결핵을 앓아 6개월의 인병휴가 후 복직하면서 입사 후 처음으로 지점으로 발령받아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곳엔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여성 6명과 기혼 여성 4명 정도가 같이 근무를 했던 것 같다.(물론 남자 직원들도 다수 있었다.)

미혼 여성 6명 중에 2명은 남자친구가 있어 공공연하게 퇴근할 때쯤 문 앞에 와서 기다리는 것으로 보아 호감은 갔지만 임자가 있어 내가 좋아할 상대는 아니라고 내 스스로 판단을 내렸었다.

나머지 4명은 사귀는 사람 즉, 애인이 없는 듯했다.

그런데도 나는 4명의 미혼 여자를 놔두고 2명의 기혼 여자를 더 선망의 대상으로 따르고 추종했다.

1명은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았는데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해 주어서 모성애에 이끌리게 되어 호감이 간 것 같았고 나머지 1명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기혼자였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결혼한 티가 나지 않게 보여 내 스스로 미혼이라는 가정을 하고 좋아했던 것 같다.

참 단순하다.

왜 그렇게 미혼자들을 놔두고 기혼자만 좋아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미혼 여성들 중에는 나를 좋아하는 감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당시의 사회 통념상 여자라서 차마 먼저 말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같이 근무하는 결혼한 형들은

"누구 어때 한번 사귀어봐"

"누구 내 집 부자인데 잘해봐" 등

미혼자들과 어울리도록 농담반 진담반으로 건네는 말들을 많이 했다.

그 당시에는 하나의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닌 삐뚤어지고 목말라 갈증이 심한 병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으로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눈이 없었던 것 같다.

주변의 결혼한 누나들은 기혼자만 따라다니며 너무 좋아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이르기도 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거의 스토커 수준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나이(대략 21살 정도)까지

미팅 한번 해보지 못한,

데이트 한 번 해보지 못한,

남자아이의 삐뚤어지고 왜곡된 호기심이라고 할까!

하나만 보면 바꾸지 못하는 외골수적인 집착.

난 그렇게 못된 사랑을 배웠던 것 같다.

'그녀가 나를 받아줬으면 모든 게 어떻게 흘러갔을 까!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를 다시 만나면 미안하고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땐 그게 나만의 사랑의 방식이었다고,

그냥 좋아했다고,


그때 나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감정을 지녔던 미혼 여성들에게도 마음을 받아주지 못해 미안하단 말을 꼭 전해 주고 싶다.

그중에 한 명은 서로가 인사이동되어 다른 지점에 근무하다가도 체육대회나 사내 연수 때 몇 번 마주쳤는데
같이 근무했던 그때 그 당시의 그런 생각들이 앞서다 보니 마음이 선뜻 다가가질 못했다.

그 이름 선미,

그리고 언젠가 그 아이가 결혼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잘 살아 선미

keyword
이전 04화아! 그냥 지나친 사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