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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냥 지나친 사랑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교 갔다 오면 동내아이들끼리 모여서 소꿉놀이를 많이들 했다.

나는 남자지만 그중의 하나,

우린 엄마 아빠 놀이를 자주 했다.

아마 다른 남자아이들보다는 엄마 아빠 놀이를  좋아했던 것 같다.

이유인즉슨 조숙하게도 아빠역을 맞게 되면 출근할 때 잘 갔다 오라고 엄마역을 맞은 아이가 볼에다 뽀뽀를 해준다.

믿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이었다.

"여보 다녀올 께요"

"잘 다녀오세요, 쪽"

응큼하게 뽀뽀를 알고 그랬을까!

아니면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서 그랬을까?

아마도 반반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살았던 집은 가운데에 마당을 두고 들이 그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듯이 모여 있었다.

일명 다가구 주택이었지 싶다.

여름이면 엄마들은 다란 대야에 물을 받아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팬티들만 입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게 했다.

심지어 엄마들은 마당 가운데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목욕도 시켰었다.

어느덧 중학생이  나는 문틈 사이로 아이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숨어서 보기도 했었다.


어느 날인가는 숙제를 하다가 마당의 반대편 바깥으로 난 창문으로 맞은편 건물을 보게 되었는데 누군가 창문을 열어 놓고 씻고 있는 게 보이는 것이었다.

긴 머리에 목덜미 정도까지 보이며 샤워를 하는 것을 정말이지 처음에는 우연히 목격했다.

만들던 곳인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무슨 공장이 있었다.

아마 그 공장에서 일하는 누나가 일이 끝나고 퇴근하려고 샤워를 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침을 꼴딱 삼키면서 창문 사이로 보다가 숨기를 반복하면서 바라보았다.

다음날도 누나가 씻는 시간쯤에 창가로 가서 며칠을 숨죽이며 보고 있었다.

머리 감는 모습이 보이고 어깨도 약간 보였다 말았다 하고,

마주칠까 조마조마 심장이 떨렸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가 낯선 시선을 느꼈는지 우리 둘은 서로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훔쳐보는 남학생,

 모습을 마주하게  누나,


당장이라도 우리 집으로 찾아와서 왜 사람을 훔쳐보냐고 당장이라도 나오라 할까 봐 어린 마음에 가슴이 벌렁벌렁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그 후로는 또 눈이 마주칠까 봐 창문을 통해 바깥을 훔쳐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누나도 그 이후로는 창문을 열고 씻는 일은 없었던  같다.

사랑이었을까!

수한 호기심이었을까?

누나를 다시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그때 왜 문을 열어 놓고 샤워를 했는지?

꼭 그래야만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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