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은행들이 동전 교환을 옛날처럼 아무 때나 해주지 않는다.
거의 모든 은행들이 자신들의 일정에 맞게 동전을 수납하는 날을 정해 놓고 그날만 수납을 한다.
우리도 매달 셋째 주 수요일을 동전 수납하는 날로 정해 놓고 몇 년째 운영 중이다.
동전 수납하는 날은 동전 수납하느라 힘들지만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바빠서 다른 일을 할 짬이 없다.
동전 수납하는 업무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변수들이 생긴다.
간혹 저금통을 뜯지도 않고 통째로 들고 오는 고객들도 있다.
개인적인 마음 같아선 저금통을 뜯어서 동전별로 분리까지 해서 도와주고 싶지만 그분 한 명을 도와주면 다른 사람들이 그만큼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그 고객께 직접 동전을 분리하게끔 안내를 한다.
또한 고객과의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서 고객들 스스로가 동전을 분리해서 오게끔 미리부터 시간과 날짜 등을 프린트물로 게시하여 영업점 객장 내에 사전 공지를 한다.
그렇게 해도 동전 수납일이 아닌 날에 오셔서 막무가내로 해달라는 고객들도 있다.
우리 지점은 3년이 넘게 한 달에 한 번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동전을 수납하는데 아예 모른 척 아무 때나 당신이 시간 날 때 오시는 고객들이 있다.
그런 고객들은 혹시나 하는 미련을 갖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거절한다.
차라리 본인이 바빠서 못 왔다고 하시는 고객은 어떻게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기는데 오늘이 수납하는 날이 아닌 줄 알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르는 척하며 오는 고객들은 얄미워서 해주기가 싫다.
세상을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동조해 줄 수가 없다.
나는 솔직한 고객을 좋아한다.
물론 고객들 중에는 진짜로 모르고 오시는 고객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오히려 오늘은 수납일이 아니라고 거절을 해도 당신이 날짜를 잘 못 알고 오신 것을 인정하시고 그냥 가신다.
문제는 수납일이 아닌 날 동전을 가지고 왔다가 오늘은 수납을 못한다고 하면 화를 내거나 막말을 퍼붓고 가는 고객이 있다.
도대체 그렇게 화를 내고 막말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야 속이 시원한가?
혹시 화내고 소리치면 해줄까 봐 그러나!
어치피 못 바꾸고 되돌아가는데 짜증이라도 내고 가려는 심보일까!
세상에는 수많은 약속이란 게 있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부터 시작해서 고객과 은행과의 약속,
서로가 그런 약속을 잘 지키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했으면 좋겠다.
물론 날도 추운데 무거운 동전을 들고 와서 그냥 돌아가는 마음도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당신이 동전을 수납하는 날짜를 잘못 알고 동전을 바꾸러 왔을 때는 당신의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돌아서서 다음 달 셋째 주 수요일의 약속을 기다리는 너그러운 마음 하나쯤은 간직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