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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일하는 사람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침마다 은행의 구내식당에 찬거리를 배달해 주시는 아저씨가 있다.

쌀이며 채소며 각종 식재료들을 거의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배달해 주신다.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쯤이면 어김없이 박스에 물건을 담아 양손에 들고 어깨로 문을 밀며 들어오신다.

식재료가 많을 때는 한 번에 못 나르두 번씩도 들어 나르신다.

특히 날씨가 추운 날에는 나는 실내에서 일을 한다는 것에 미안해하며 눈이라도 마주치면 죄인이라도 된 것 마냥 몸과 마음이 쪼그라든다.

그래서 고객을 응대하고 있지 않으면 문이라도 열어 드리려고 매번 신경을 쓴다.

내가 다른 고객도와주느라 문을 열어주지 못하면 하루 종일 미안해하는 것을 아저씨는 알고 있으려나,


내가 점심식사를 마치는 후 1시쯤 되면 은행거의 매일 신용카드를 배송 주시 아저씨가 오신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토바이를 타고 거의 매일 카드를 배송해 주신다.

카드사에서 카드가 발급되면 은행에 가져다주는 일을 하시는 것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바람이 많이 불거나 미세먼지 가득한 날,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날,

그런 날에는 사무실 안에서 근무하는 나를 얼마나 부러워할까.

그 아저씨가 들어올 때는 안에 있는 괜히 미안해진다.

죄진 것도 없는데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가끔 나의 간식거릴 하나씩 쥐어 준다.
미니 자유시간 초콜릿, 박카스, 두유, 빵, 찐계란, 껌, 사탕 등

누군가 무엇인가를 건넬 때 내가 받기만 하기가 미안해서 나도 작은 마음이라도 건네려고 내가 사놓은 미니 자유시간 초콜릿 빼고는 대부분은 동네 할머니들께서 마음을 내어 주신 것들이다.

나보다 나이 드신 아저씨가 힘들게 카드를 배송하는 게 안쓰러워 보여 그렇게 쥐어 보내 놓고 또 고민한다.

그것 때문에 사무실 안에서 근무하는 나를 더 부러워할까 봐,

때론 지나친 호의가 상대에게는 더 큰 상실감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오후 3시 30분쯤 되면 "문화일보" 신문 배달 하시는 아저씨가 들어오신다.

이분은 밖에서 나랑 눈이 마주치면 내가 나와서 신문을 받아 갔으면 하는 표정이 역력히 보인다.

아마 마음을 숨기지 못하시는 분인가 보다.

그래서 눈이 마주쳤는데도 안 나가거나 문이라도 열어주지 않으면 더 마음 아파할까 봐 더욱더 신경이 쓰인다.

내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는 문을 열어주며 신문을 받거나 타이밍이 잘 맞으면 아예 문 밖으로 나가서 신문을 받아온다.

오셨을 때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워 없더라도 부디 마음 상하지 마시길,


지나친 관심은 흠결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그 마음을 알아줘서가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결국 선행이나 남을 위한 배려도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이기주의에서 시작되는 선한 이타심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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