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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은행에 물건을 놓고 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제일 흔한 것은 우산을 놓고 가는 사람

(이것은 이해할 수 있다. 올 때는 비가 왔는데 갈 때는 비가 그치는 경우)
장갑을 놓고 가는 사람

가방을 놓고 가는 사람

옷을 놓고 가는 사람

모자를 놓고 가는 사람

안경을 놓고 가는 사람

시장 본 물건을 놓고 가는 사람

핸드폰 놓고 가는 사람

통장이나 도장을 놓고 가는 사람

신분증 놓고 가는 사람

그중에 내가 가장 마음을 졸인 게 하나 있다.

젊은 여자 고객이었는데 부리나케 뛰어 들어오더니 혹시 이런 거(에어팟) 본 적 없냐고 물어본다.

그런 물건은 접수된 것이 없다고 말하고 혹시 몇 번 창구에서 업무를 는지 그쪽 자리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그 고객이 업무를 본 창구로 가서 상담 테이블 위와 의자 밑까지 다 찾아봐도 에어팟은 나오지 않았다.

객장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펴봤는데도 찾지 못하고 이내 풀이 죽어 돌아간다.

나는 "혹시 나중에라도 나오면 연락을 드릴 테니 전화번호라도 남겨놓고 가세요"라며 말을 하고 돌려보냈.

오후에 문을 내리고 나서 여기저기 다 찾아봤는데도 에어팟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객에게 문자를 보냈다.

"고객님 문 내리고 다시 한번 다 찾아봤는데 에어팟은 찾지 못했습니다. 많이 속상하시겠습니다."

그랬더니 답장이 왔다.

"어쩔 수 없죠ㅜㅜ 괜찮습니다.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격이 좀 나가는 물건일 텐데 속이 상하겠다는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도장은 직원들이 돈 접시에 올려 통장과 같이 내주는데 가끔 놓고 가는 고객들도 있고 신분증은 직원이 스캔하고 깜빡하여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거래를 한 고객들은 연락처가 있기 때문에 전화통화를 해서 찾아줄 수가 있다.

그렇지만 자동화 기기에서 타행 카드를 사용하다 놓고 가거나 객장에 앉아 다가 소파에 물건을 놓고 가는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연락을 취할 수가 없다.

손님들이 찾으러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얼마 전에는 누가 커다란 스웨터를 객장에 놓고 갔다.

일주일째 기다려도 찾으러 오지 않는다.

아마 겨울이 다 지나고 봄이 왔기 때문에 그 옷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일까,

추워지면 내년 겨울에나 다시 찾으러 오시려나,


심지어 자동화기기에서 돈을 찾고 돈을 가져가지 않거나 카드를 놓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마음만 바빠진 게 아닐까!

아니 어쩌면 여러 명의 직원들이 앉아 있는 공간에 혼자서 들어오니 당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당황해서 당신들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도 잠깐 잊어버리고 돈을 찾고 꺼내 가지도 않고,


또 하나 은행에 오셔서 핸드폰에 집중해서 당신의 번호가 호출되는데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나중에 번호가 지났다고 우왕좌왕하는 고객들도 의외로 많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많이 보면서 정작 집중해야 할 곳에는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우리들은 일상을 너무 바쁘게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소중한 시간들은 쉽게 흘려보내면서,


고객님들,

당신들이 은행에 오셨을 때는 당황하지 마시고 좀 더 집중력을 가지고 당신들의 용무를 잘 마치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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