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곳에는 직원이 아닌 사람이 두 명 있다.
청소 아주머니와 식당 아주머니,
서류상으로는 직원이 아니지만 어찌 보면 매일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는 한솥밥을 먹는 엄연한 직원들인 것이다.
청소 아주머니는 아침 8시쯤이면 출근을 하신다.
그래서 직원들이 출근하는 시간까지 문밖에서 20분 정도를 기다린다.
나는 처음에 이곳으로 발령받아 왔을 때는 청소아주머니가 하는 일을 구경만 했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일하는 것 같아 나름 뭔가를 하나씩 도와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직원들이 소각한 폐지 봉지를 대신 교체해 주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화분에 물도 주고, 아주머니가 대걸레질을 하며 모아 놓은 쓰레기들을 빗자루로 쓸어 담아 주기도 하고 종이와 비닐, 병 등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해 주기도 했다.
아주머니가 여성이다 보니 남직원 화장실에 누가 들어가 있으면 휴지통을 비우는 타이밍을 놓쳐버려는 날이 많은 걸 알고 그때부터는 남직원 화장실 쓰레기통을 내가 비워주겠다고 했다.
바보같이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도와주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나의 일이 되어버렸다.
처음엔 좋은 의도로 도와준 것이 어쩌다 다른 일로 바빠서 하지 못하게 되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느 때는 '내가 왜 이걸 도와줘야지'라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고 한편으로는 내가 도와줌으로써 아주머니가 게을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 나한테 의지하려 한다는 생각까지도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정도선에서 더 이상은 도와주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나의 마음도 편해질 것 같았다.
괜히 도와주면서 의심,
내가 도와줌으로 그 사람이 일을 더 안 하리라는 의심도 안 하게 되고, 뭐 그리고 나도 도와주면서 내가 기분 좋게 도와줄 수 있는 적정선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식당 아주머니는 매일 아침 9시 반쯤 출근해서 3시쯤에 퇴근을 하신다.
사실 직원들을 위해서 많은 신경을 쓰신다.
당신이 먹는 것처럼 이것저것 준비도 많이 하고 깔끔하게 정성을 담아 음식을 만드신다.
사실 우리도 직원 1인당 월 20만 원씩 갹출하고 점심을 먹는 것이다.
공짜는 아닌 것이다.
그래도 나는 돈 주고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다.
식당 아주머니는 밥을 많이 먹고 당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다고 하면 좋아하신다.
그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누구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 "사는 게 힘들어, 누가 이렇게 꼼꼼하게 음식을 하고 그러겠어"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나름 힘이 드시겠지,
처음에는 조금 더 오버해서 맛있다고 하고 많이 먹어주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점심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말은 맛있게 많이 먹어 좋다고 해도 너무 많이 먹는 내가 미울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많이 먹는 만큼 식재료비가 더 들어갈 것이고 더 자주 음식을 해야 하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밥의 양을 조금 줄이기로 했다.
더 먹으라 해도 "배불리 많이 먹었습니다. 괜찮습니다"라고 정중히 너스레를 떤다.
무엇이든 상대가 좋다고 한다 해서 그게 다 좋은 건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나만 좋다고 내 맘대로 해서는 될 것이 아니다.
청소 아주머니는 나의 도움을 진심으로 고마워하겠지,
식당 아주머니는 내가 밥을 많이 먹어서 좋은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