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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빡쳤다

어제 그 남자의 군대 간 아들이 휴가를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이 다르다.

정월대보름인 이유도 있지만 나물이란 나물은 다 나온 것 같다.

고사리, 호박고지, 시래기, 취나물

퇴근하니 소고기 미역국에 아들만 삼치를 구워준다.

아들 거는 보지 못했지만 그 남자 미역국엔 고기도 별로 없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는다.

고기가 담겨 있던 국물에라도 얻어먹는 게 어딘가!

낮에 아들은 김찌찜 해줬다고 한다.

조금 남았으니 내일 아침에 먹고 출근하란다.

저녁엔 후식으로 아들만 딸기를 준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에 아들이 잠을 자는 방만 놔두고 청소를 한다.

여름에는 춥지 않아 아내가 낮에 아들과 같이 있으면서 문을 다 열고 청소해도 괜찮았는데 겨울에는 낮에 아들이 추울까 봐 문을 열고 청소를 못하니 얼마 전 휴가 나왔을 때부터 그 남자가 청소까지 주고 출근하는 게 당연한 일로 어버렸다.

아침이 되어 엊저녁부터 나름 기대를 했던 김치찜을 먹으려는데 정말이지 고기 한 덩어리에 김치만 잔뜩 남아있었다.

고기는 없지, 김치는 맵지 좀 서운하긴 했만 이해를 하며 먹었다.

퇴근할 때쯤 "회사 근처 맛집에서 꽈배기와 도넛을 사가지고 가니 밥을 조금만 먹고 기다려"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몸에도 좋지 않은 것 안 먹인다고 뭐라 한다.

그러나 어쩐다냐 이미 사가지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집에 도착해서 아내에게 건넸더니 이렇게 기름 덕지덕지한 게 뭐가 좋다고 사서 오냐며 그 남자나 다 먹으란다.

저녁 식단은 비지찌개다.

오늘은 엊저녁에 먹은 미역국보다는 고기가 많이 들어있다.

드디어 제2탄 시작,

"차라리 식빵이나 사서 오지 이게 뭐냐고, 비싼 도넛도 아니고 너나 다 처먹으란다."

그래서 우선 꽈배기 하나 먹고 찹쌀도넛은 화장실에 들어가서 오기로 먹었다.

자기는 안 먹을 테니 남은 것은 내일 아침에 밥대신 먹고 출근하랜다.

오늘도 여지없이 저녁 먹고 후식으로 천혜향도 아들만 준다.

매사에 그랬다.

결혼 초기 때부터 뭘 사 오면 호응해 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토를 달아 불평만 했다.(물론 내가 사가는 게 기분 내키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즉흥적이긴 하지만)

옛날 아버지가 술 거나하게 드시고 검은 봉다리에 먹을 거 사 오시면 좋았는데,,,

그 남자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아내가 사 오라는 것 빼고는 자발적으로는  무엇도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언젠가 그랬었지,

자기네 엄마(장모)가 사위 놈(그 남자)한테 사탕 한 조각 얻어먹지 못했다고, (그것이  사가도 트집만 잡는 당신 딸 때문인지는 모르고 왜 나한테만 역정을 내는지)

정말이지 도 트집이다.

절약을 하는 건지, 건수 잡아 날 길들여 잡아 놓으려는 건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집에 사 간 것을 집어던지고 결국엔 마트에 다시 가서 취소한 영수증을 확인한 적도 있다.

그래서 그 남자 사도 욕먹고 안 사가도 욕먹을 바에는 아예 안 사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자신의 마음을 덜 다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길들여진 것이다.

휴가 나온 아들보다 못 먹고 그래서 서운한 게 아니다.

마음씀이 억울하다.

딸기 하나, 한라봉 한 알맹이라도 맛보라고 건넬 수도 있는 것이지 않을!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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