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일요일인데도 새벽 5시쯤 일어나 남아 있던 찬밥에 청국장을 끓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커피 물을 올리고,
하루 먹을 과일을 미리 깎아 놓고,
오롯이 혼자 있기 위한 시간을 차근차근 준비합니다.
점심에는 신라면과 남아 있는 고구마를 먹으려고요.
당신(그 남자의 아내)은 혼자 있는 그 남자를 위해서 많은 것을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찬밥에, 청국장에, 고구마에, 과일에,
그렇지만 모든 것은 금방 떨어집니다.
아내와 그 남자의 소진된 사랑처럼,
며칠 뒤 집으로 되돌아오는(물론 그 남자가 퇴근할 때 데리러 가야 하지만) 아내의 루틴이지만 그 남자에게는 먼 여행을 떠나보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오히려 이제는 그 남자가 더 나서서 이런 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다가 쓸데없이 욕을 먹기도 한답니다.
어쩌다가 주말에 아내가 집에 있으면 "이번 주는 당신 엄마 내 집에 왜 안 가?라는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옵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자주 반복되는 일상(토요일에 아내를 처갓집에 데려다주고 그 남자만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이지요.
가끔 그 남자가 출근해서 회사에 있을 때 지하철 타고 가서 "엄마 내 갔으니 내일 퇴근할 때 데리러 와"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 남자 오늘은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바깥에 나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현관문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내딛지 않으렵니다.
물론 옥상에도 올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창문 또한 한 번도 열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의 시간과 공간을 위해 어제 아내를 처갓집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추운데도 창문을 모두 열고 방 청소를 했습니다.
오롯이 오늘은 그 남자만의 작은 세상에 들어앉아 지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가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내면의 소리를 따라 떠나려고 합니다.
아내는 이미 떠났고 그 남자도 곧 자기만의 세계로 떠나려는군요!
아내와 그 남자 때문에 집에 남아 있는 공기들은 더 춥겠군요.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 남자는 곧 돌아올 것이니~
아 벌써 점심 먹을 시간입니다.
고구마에 라면,
라면은 한 번에 기본이 2~3개죠^^
오늘은 고구마도 있어서 2개만 먹을게요.
그러고 보니 집에만 있겠다고 여태껏 세수도 안 했네요.
아무리 혼자 있지만 예의상 양치는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