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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함 재능' 롤 모델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 김민섭

by off

살고 있는 부산에서 무해한 여고생 3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유를 묻는 것 자체가 미안하다. 아니다. 이유가 흐릿하지만 뚜렷하게 성큼 다가서 무섭다. 두렵다. 그래서 선뜻 교사들은 입에 올리지 못한다. 입은 닫았어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의 눈은 계속 기사를 쫓는다.


지금 학교는 시험기간이다. 아이들이 교과서, 문제집에 빨려 들어갈 듯 공부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어깨가 절로 뭉친다. 속이 상해서 뱃 속 모든 장기가 곤두선다. 우리 사회가 만든 공포스러운 그림자가 아이들을 덥석 덥석 삼키고 있다.


고민 많은 눈을 보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라고 했다가 항의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우리 애 의대 못가면 선생님이 책임을 지실 꺼예요?"

그런 의도가 아니다. 아이 말을 좀 더 들어보겠다. 더 물어보겠다. 등의 뒷 말을 하기도 전에 무정하게 전화는 끊긴다. '뚝'하는 적막이 심장을 누룬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학교는(그것이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살아 남아야하고, 친구를 이겨야 하고 강해져야만 하는 짙은 안개가 드리우고 있다. 짙은 안개는 대체로 온 도시를 뒤덮는다. 우리집만 안개없이 해맑을 순 없다. 취준 스터디를 하는 딸 아이의 뿌옇고 남루한 표정이 떠오른다.

" 엄마, 내가 먼지가 되어가는 것 같아. 나를 받아주는 곳이 영영 없으면 어떡해."

내 심장이 먼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아이, 남의 집 아이 할 것 없이 경쟁앞에서 연결을 끊고 외롭게 홀로 발버둥치고 있다.


내 자리에서 뭐라도 해야할 때, 내 마음도 허약하고 먼지같아 질 때 스스로가 다짐하듯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쓰는사람, 달리는 사람 '김민섭' 작가다.

진로 교사인 나는 김민섭 작가를 "선함 재능 역량" 의 롤 모델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과생으로 살면서, 지방대 대학강사로 지내면서 먼지가 되기보다 연결을 위해 헌혈을 하는 착한 사람,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를 얻어 학비에 보태는 최선을 알게 한 사람, 자신이 사정이 있어 못가게 된 여행지 항공권을 동명이인 김민섭씨를 찾아 보내주는 다정함과 친절함을 가진 사람, 다양한 방법으로 느슨한 연대를 하는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

늘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김민섭작가다.


지친 아이들을 눈으로 다독이며 김민섭 작가를 소개하며 말한다.

" 공부를 잘하는 것, 운동을 잘하는 것 만틈, 인간 관계를 잘하는 것, 잘 참는 것 그리고 착함도 재능입니다. "

세상은 눈에 보여야, 성과로 입증해야, 그래야 인정받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김민섭 작가를 통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작고 연약하지만 분명 반짝이는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덕분에, 김민섭 작가 덕분에 아직 나는 아이들에게 ‘다른 삶’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끝으로 부산 여고생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 223

나를 들어올리는 힘은 '관성'에서 온다.

p. 229

자신의 행동에서 이유를 찾은 사람은 부쩍 성장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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