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중독 마음 습관 비우기
지민이는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고 학교에 등교한다.
"선생님. 제가 너무 낯설어요. 몸은 쉬길 원하는 데 머리는 계속 깨어있어요.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병원 다니며 약을 먹고 있는데요. 겁이 나요. 제가 이렇게 살다가 죽을까 봐요. 그냥 다시 게임을 할까요? 게임을 시작한 초등학교 때가 너무 후회돼요."
지민이는 게임을 스스로 중단한 지 3개월이 되었다. 10년 가까이 게임을 매일 했고 게임 중심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엄마는 게임 중독인걸 몰라요. 그래도 학교는 다녔고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도 중간쯤은 했거든요. 마지막 자존심 같은 거라... 어느 정도 공부는 했어요."
지민이는 전형적인 중독 현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학교 생활을 그냥저냥 했고 게임 때문에 돈을 쓰지도 않았다. 놀라운 것은 스스로 게임을 중단한 것이다.
" 어느 순간 현타가 왔다고 할까요.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못하면 욕을 엄청 들어 먹거든요. 한 번은 심하게 욕을 들은 날 밤에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서 미칠 것 같았거든요. "
지민이는 심장이 쪼이고 겁이 나서 너무 불안해지자 오랫동안 하던 게임을 중단하고 이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을 가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 선생님 그런데 문제는요.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게임을 안 하니 시간도 많아서 공부하면 되는데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엄마는 적성을 생각하라고 하는데... 제가 뭘 잘하죠? 게임하는 거랑 학원 다니는 거 말고는 별로 해본 것도 없고..."
몰입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일어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더 나은 자신이 되는 주체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반면 중독은 오로지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 감각적인 일을 단계 없이 경험하게 되어 더 큰 자극에 영혼이 팔리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알코올, 게임, 일, 섹스, 도박, 사랑 등에 중독이 된다.
청소년들은 대체로 게임 중독이 많다. 게임사들은 흥분과 자극에 취약한 여린 뇌를 가진 청소년들을 중독시키는 방법과 마케팅 기술을 귀신같이 안다. 중독이 안될 도리가 없다. 공부 몰입은 고통을 수반하며 그 과정을 견뎌야 성공경험이 온다. 하지만 게임 중독은 견딜 필요가 없다. 게임 승리라는 성공 경험은 즉시 도파민을 생성하고 쾌락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이 중독에서 벗어나게 도우려면 다음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
1. 마음속 찬란했던 중독 경험을 비워야 한다.
무언가에 중독이 되면 보통 중독 대상과 관련된 것들에 대한 정보로 머리와 마음을 꽉 채우게 되어있다. 일차적 본능적 쾌락을 맛보기 위해서는 뭐든 하게 된다.
게임을 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하루 종일 전략을 짜고 아이템을 생각하고 빨리 하교를 해서 게임하러 가고 싶다. 거의 10년을 게임을 위해 생각, 마음 습관을 가진 지민이는 다른 것들을 위한 마음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게임을 그만둔 상태에서는 자기가 누구인지 모를 수밖에 없다. 다른 일을 하는 뇌영역과 마음 영역은 기능을 멈추었다.
" 지민아 네가 공부나 가족 문제, 친구 관계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꾹꾹 눌러서 외면하고 살았잖아. 이제 게임이라는 돌덩이가 없어졌어. 그러면서 잠재된 불안과 마음들이 모두 쏟아져 나오는 중이야. 그래서 비우는 중이야."
채워진 것들을 비우고 다른 것을 채우려면 무조건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를 재촉해서는 안된다. 몇 개월이 걸리든 중독된 대상에 대한 생각과 애정을 비워주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2. 비워진 마음의 공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보통 중독 마음 습관을 버리기 전에 불안하고 초조하니 아이든 부모든 다른 대상을 성급하게 찾으려고 한다. 지민이도 스스로 힘겹게 중독에서 벗어났음에도 다시 게임을 하고 싶다고 했다. 비워내는 과정이 너무 힘겹기 때문이다.
" 지민아. 정말 잘하고 있어. 오랫동안 좋아하던 것이 사라졌잖아. 그런 공허함이 너무 당연한 거야. 네 친구가 10년을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치자. 가서 빨리 다른 강아지 입양하라고 해야 할까?"
" 아니요. 충분히 슬퍼하라고 할 것 같아요."
중독을 벗어나려는 작은 노력 하나하나 기다려주고 격려하고 칭찬해야 한다. 아이를 공부시켜야 하고 대학 보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상실을 충분히 경험하게 하지 않으면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이 또 다른 중독으로 갈아탄다.
비우는 과정에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어른된 자로써 기다려야 한다.
방을 다시 멋지게 꾸미려면 그동안 사서 모았던 예쁜 쓰레기를 버려야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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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하지 않음. 목적과 효용으로부터의 자유는 무위의 핵심이다. 이것은 행복의 기본 공식이다.
- 관조하는 삶(한병철)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