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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중년 마음력 기르기 2 [즐겨야지]

'어떡하지'보다 '즐겨야지'

by off

이제 막 50이 된 내담자가 늘 하는 말이다.

" 나는 정말 예민해요. 왜 나만 이렇지요? 남들은 그냥 넘기는데... "

" 주변에 나는 예민하다고 말씀하셨나요?"

" 아니요.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대화가 낯설지 않다면 당신은 HSP(highly-sensitive-person) 일지 모르겠다.


온갖 소리에 민감하고 상대 반응이 계속 신경이 쓰이고 걱정에 걱정을 하고 대비에 대비를 하는 사람들


" 정말 어떻게 그 힘든 걸 견디셨어요?"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의 최재훈 작가는 나이가 들수록 예민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치가 있다 보니 위험한 일을 더 잘 예감하고 대비하는 마음이 커진다. 그런데 우리는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냥 넘어가지만 나쁜 결과가 나오면 그것만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나쁜 결과가 선입견으로 쌓이게 되고 예상했던 나쁜 결과가 나오면 '그럼 그렇지. 늘 이래.'라는 부정적 생각을 확정하기 쉽다. 그래서 중년은 더 쉽게 지치고 에너지도 없다.


비슷한 맥락으로 [내면소통]의 저자 김주환 교수는 몸의 신호가 기분을 결정한다고 했다. 즉 심박수가 빨라지고 근육이 긴장되는 몸이 되면 인간은 에너지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위로 보내는 에너지, 면역체계로 보내는 에너지를 줄인다. 당연히 에너지가 줄면 기분이 가라앉고 무기력하고 우울해진다.

진화의 존재인 인간은 편도체를 통해 외부 자극과 공격에 즉각 자동 반응한다. 자동 반응하는 편도체는 우리의 생각으로 조절이 안된다. 우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몸은 그냥 얼어버리거나 긴장한다.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몸은 계속 긴장하게 된다. 편도체를 활성화시켜 항상 싸울 준비를 하는 몸이 되면 불안, 강박 장애가 발생한다. 당연히 몸은 민감해지고 모든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년기에 예민한 사람들은 남들이 보기엔 무던해 보인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무던하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예민한 사람들이 무던한 이유는 상대의 반응에 예민해지는 자신이 감당이 안돼서 그냥 참는 것이다. 진짜 예민한 사람들은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예민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예민함은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 예민하기에 일도 잘하고 상대 기분도 잘 맞춘다. 본인은 우울하고 밥도 못 먹지만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은 서럽고 정서가 하루하루 쇠약해져 간다.


예민함은 몸이 하는 일 즉 뇌의 영역에 자동 반응이라고 인지했다면 반성을 하지 말자. 예민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심박수를 끌어올리는 상황을 줄이고 이완하는 것이 대책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몇 가지를 차근차근 실천해 보면 예민함이 줄어드는 걸 경험할 수 있다. 계속 말하지만 정서 회복은 경험이지 분석이 아니다.


멍 때리기를 한다. 분석하고 정답을 찾으려는 생각 자체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계속 심박수를 끌어올린다. 그러니 반드시 멍 때리고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드라마를 봐도 좋고 뜨개질을 해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다. 생각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는 것이면 다 좋다.


부정적 정서를 알아차린다. 분명 나의 편도체를 건드리는 반복되는 부정적 정서가 있다. 어떡하지가 대표적인데 잘 안되면 어떡하지. 잠을 못 자면 어떡하지. 등이 있는데 부정적 생각을 알아차린다. 사람마다 다르다. 이것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보상 행동을 한다. 심박수를 낮추는 산책이나 운동 호흡등이 도움이 된다.


부정적 기억을 흘려보낸다. 속으로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를 되풀이한다. 기쁨도 영원하지 않지만 슬픔도 영원하지 않다. 매일 연습한다. 부정적 감정은 더 많이 분석한다. 부정적 정서의 책임을 묻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부정적 정서의 책임을 물으면 그것이 마음속 한이 된다. 계속 흘려보내야 한다.


상실의 기억을 풀어내고 충분히 이해하고 버린다. 기억의 각본을 새로 써야 한다. 새로운 각본을 쓰면 그것은 더 이상 부정적 기억이 아니라 이해되는 기억이 된다. 이해되면 극복해야할 기억이 아니라 즐길 추억이 될수도 있다.


자기 성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옛말에 성격이 팔자다라는 말이 있다. 성격은 선택을 통한 행동으로 가는 충분한 동기가 된다. 내 성격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잘 이해하면 긴장되는 선택과 후회를 덜 할 수 있다.


관계에 대해 혼자만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연애를 할 때 친구를 사귈 때 호감을 느끼고 서로 소중히 여기며 사랑을 한다. 하지만 관계에는 성격, 트라우마, 애착, 귀인, 방어기제가 동시에 작용한다. 즉 인간은 단순하게 호감만으로 상대를 결정하고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관계는 내가 아무리 잘해도 잘 안 되는 속성이 있다. 상대도 그냥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차인 이유를 그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완전히 알 수 없다. 그러니 시절 인연이라 생각하고 그 시절을 그냥 즐겨라. 떠날까 두려워 사랑이 끝날까 두려워 상대를 닦달하다가 소중한 시간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그냥 흘러간다.

예민도 검사지_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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