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날씨가 포근한 날이었어요. 아빠가 있는 어딘가에도 오늘은 따뜻한 바람이 불었겠죠?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를 해보려고 쓴다고 얘길 했었죠. 점점 변하던 아빠의 모습을, 아니, 항상 그랬었는데 몰랐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화를 내던 모습 때문에 아직까지도 생생한 아빠의 모습을 이해해 보려고요.
제 기억 속의 아빠는요,
고집도 자존심도 센 사람이에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끝까지 옳은 것이었죠.
본인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의 생각은 잘 듣지도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던 사람이었어요. 본인의 자존심이 상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었구요.
하지만 그렇게 행동한 결과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어요. 그 상황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죠? 나빠지는 상황이 아빠 책임이 되는 것, 그리고 아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나 싫었던 거죠? 그리고 그 당시에 욱하는 성질을 못 이겨 화낸 것에 대한 조금의 미안함도 있었겠죠. 미안하다는 말 대신 화를 낸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건 예전에 어떤 분이 아빠와 정말 비슷했기 때문이에요. 외모, 체구, 체형, 성격까지 비슷해서 처음엔 당황스러웠어요. 그 사람은 직장 상사였는데, 꽤 높은 분이었어요. 회의를 할 때, 결재를 받을 때 언성이 높아지는 일은 다반사였고 욕설이 들릴 때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주변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길 하더라구요.
'그 양반 성격은 불같아도 뒤끝이 없어. 그리고 잔정이 많아.'
라구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빠의 모습과 많이 겹쳐 보였어요.
그리고 업무상 남자분들, 특히 연배가 높은 분들을 겪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사회적인 영향도 많이 받으셨으리라는 짐작이 가더라구요.(그렇다고 폭언과 폭력이 정당화되진 않아요. 그건 아시죠?)
악의를 가지고 그러진 않았겠지, 아빠도 아빠 성질게 못 이겨 그랬겠지, 사과보단 화내는 게 익숙해서 그렇겠지.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밉다는 마음보단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다른 가족들이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알면 기함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할래요. 그래야 앞으로 제가 조금은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사실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엔 아빠가 꿈에 자주 나왔었어요. 언제나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그 모습으로.
그렇지만 그랬었겠구나, 안타까운 사람이었구나 생각하고 나니 이젠 더 이상 아빠가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여태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이렇게 연락하지 않고 살겠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요.
안녕하세요.
제 짧은 첫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더 많았던 것 같지만 하나씩 써 내려가다 보니 제가 원망했던 것은 종류가 그렇게 많은 게 아니더라구요.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이었지만 전체적인 원인은 가부장적인 것과 폭력성이 대부분이었어요.
연재하는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그 시간 동안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하나의 단어만 떠오르더군요.
'안타깝다.'
돌아보면 아빠는 남자는 약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 그 틀에 너무 오래 갇혀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