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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때 터지는 아웃풋에 호들갑 떨 필요 없어!




언니 덕분에, 둘째는 3살 때부터 영어 동영상을 보았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가득했던 큰 애를 영어 디브이디 앞에 앉히기 위해서 나는 비교적 순순히 엄마 말을 따르는 둘째를 이용했다.

둘째는 영상이라면 무엇이든지 거부감이 없었고, 게다가 영상 보는 시간마다 엄마가 준비해주는 달달한 아이스크림이나 간식 때문에 한시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영상을 시청했다.

그 덕분에 둘째는 언니보다 더 빨리 아웃풋이 터지기 시작했고, 그 발음은 흡사 외국 아이를 연상케 했다. 억양과 태도도 보고 있는 엄마마저 감탄하게 만들었다. ​

당시 둘째 아이를 보며, 솔직히 우쭐해진 면도 있었다. 아이의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어릴수록 뭔가 더 해내면 영재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또 외부 선생의 도움 없이 오로지 영포자 수준의 엄마가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뿌듯했다. 여기저기 돈을 써가면서도 안 되는 애들도 많은데, 집에서 디브이디만 열심히 보여 준 효과였다는 게, 여기저기 떠들고 싶더라.

나는 이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으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언니보다 조금 더 책을 읽어주고, 영상도 더 많이 보여주었다. 쏟아붓는 만큼 아이는 자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나면서, 그것은 엄마의 욕심이고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

영어 조기교육보다 적기교육을 주장은 하는 사람들은 이를 이유로 주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년이 지나가면서, 영어를 거부하던 큰 애가 영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거부에서 흥미로 돌아서자, 아이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빨라졌다. 나이가 있으므로 이해력이 좋아, 같은 책을 읽더라도 흡수하는 양이 달랐다. 그래도 둘째만큼의 아웃풋은 터지지 않았으나, 결국 그것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둘째를 앞질러 나갔다.

큰 애 7세만 해도, 영어로 이야기하는 동생의 기에 눌려 첫째는 언제나 영어에 관해서는 자신감이 없어했다. 그리고 때때로 더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해 자신이 없을 때, 동생에게 영어를 틀어주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년이 지난 시점부터, 큰 애는 나날이 발전했고,

둘째는 계속 정체기에 빠졌다. 조금씩 발전하기는 했지만, 쓰는 어휘가 한정적이고 이해하는 수준도 한정적이었다. 같은 디브이디를 봐도, 이해하는 수준이 큰 애가 80프로라면 작은 애는 50프로 수준 밖에는 차지 않았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돌아보며, 생각한 결과.

'나이가 어린아이의 소화력은 한계가 있다는 것'​​


고로, 어릴 때 영어노래를 외워 흥얼거리고, 책에서 본 문장과 단어를 생각보다 빨리 외워서 아웃풋처럼 쏟아낸다고 한들. 100프로 소화시켜서 내놓는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주는 모든 것들을 흡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거기에 단순히 외워서 읊고 다닌 것들은 그것에 대한 자극을 멈추는 순간 수개월 내에 없던 기억처럼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제 어린아이가 영어 몇 마디 터진 것에 호들갑을 떨 것도 없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오늘의 아웃풋이 미래의 아웃풋이 된다는 보장이 없고, 단편적인 그 하나의 문장으로 아이의 영어가 제대로 되고 있다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기 때문이다.

한 두 마디 터지는 아웃풋에 엄마는 감동하고, 그래도 내가 이렇게라도 넣어주니 어디 가지는 않았구나 하며 적당히 즐기면 될 일인데, 엄마들은 거기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추가로 뭔가를 더해주면 이 아이는 정말 동네에서 혹은 인터넷에서 화재를 끌 것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많다. 간혹 그런 애도 있더라. 언어적으로 뛰어나거나, 결코 '재미'를 놓치고 가지 않은 경우.

어떤 엄마는 아이 이름 앞에 영어영재라고 붙여서 게시를 했던데... 그게 영어영재라면... 미안하지만 내 주변에 그런 애들 발로 차일 만큼 많다. 우리 집에도 그런 애 있있다. 지금 그 애는 평범한 7세, 그러나 영어를 좋아하는 읽을 수도 있는 그런 7세 여자 애 하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애는 평범해지고, 평범했던 아이들은 치고 올라간다.

내가 욕심이 없어서 아이가 크다 말았던 것인가?

아니면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 아이가 그나마 영어를 좋아하는 아이로 남은 것인가?

주변에 소문이 나면, 아이의 실력을 더 키워놔야 할 것 같다. 이 정도 블로그 하면, 또래보다는 잘하는 아이 영상을 올려놔야 할 것도 같다. 사람들 사이에서 더 알려질수록, 아이는 나의 자랑이 되어야 하고, 나는 계속 움직여야 할 것 같다.

6세 전후, 잘하던 아이들도 한국어에 꽂히며, 영어 거부를 하는 시기가 온단다. 평균적으로 일어나는 신기한 현상이란다.(홍 박사님 말씀) 외국어가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영어 조기교육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6세 전에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부'가 오기 전에 시작하라고...

영어를 일찍 시작한 아이들은 3세~ 5세쯤 영어가 폭발이라도 하듯이 한국말처럼 영어를 쏟아낸다. 그럼 엄마는 뭔가 해낸 것 같은 황홀감을 느낀다. 하지만 6세쯤 원생활을 하고, 주변에 온통 한국말만 쓰는 기관에 다니면서 아이는 영어를 거부한다. 그리고 누구나 쓰고 있는 한국말을 강화시키고 싶어 한다.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고.

이때, 엄마는 혼란스럽지만 그동안 한 게 있어서 더 노출에 집중하고, 입을 다물고 있는 아이에게 계속 영어로 말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영어에 더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누리보듬님은 강의 중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나마 자신은 끝을 봤지 않느냐고, 그 말의 의미는 자만에 빠지려던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원하는 데로, 만들어주는 데로 자라는 것이 아님을, 진정한 결과는 끝을 가봐야 아는 것이라는 것을...

유아 때 쏟아내는 영어발화가 거품처럼 사그라지고, 아이의 영어 호감이 순식간에 거부로 다가오고, 그런 시간을 이겨낸 후, 차근차근 쌓아가며 만들어낸 결과!

그 결과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끝을 봐야 가능한 일인데, 겨우 유아 때 쏟아내는 영어발화에 뭔가를 해낸 것처럼...

물론 그 맛 때문에, 아이가 쏟아내는 발화 때문에 엄마가 그다음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도 사실이고, 늦게 시작해서 매일매일 절대 시간을 채워야 하는 부담감 없이 하루하루 즐겁게 해 나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나는 조기 영어 노출에 찬성한다. 다만, 이제 겨우 4~5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아웃풋을 한다고 성공한 것처럼 굴지는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가정마다 상황이 다른데, 내가 한 방식이 곧, 정답처럼 굴어서도 안되고...

이미 영상 노출이 많은 아이, 책이라곤 보지도 않는 아이, 엄마와의 상호관계가 좋지 않은 아이, 지나치게 활동적인 아이. 언어감각이 유독 떨어지는 아이 등등...

어릴 때 정말 영재 같았던 아이도,

어릴 때 지지부진해 보이는 아이도.

영어는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가느냐. 그래서 결국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니, 지금 조금 부진하다고 혹은 지금 당장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좋아할 것도 속상할 것도 없다.

일찍 시작해서 좋은 점은 귀여운 아이들의 발화를 쉽게 맛본다는 것이고, 일찍 시작해서 나쁜 점은 오랜 정체기를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기에 심난한 엄마들이 선택하는 방식이 엄마표 영어의 포기이거나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거 나니까.

고로 너무 자랑도 하지 말고,

내 아이를 '자랑거리'로 만들지도 말고... ​

있는 그대로, 꾸준한 양만 매일매일 주면서,

아이가 가진 능력대로 성장하게 두는 일.

그래서 길게 가는 길,

지치지 않게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일.

그게 정말 중요하다.

사진 출처 : Free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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