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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약시 Jan 26. 2021

회사에서의 '나'를 만들기

사회에 적응해가는 나라는 사람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나는 무엇일까.

입사 이후 3개월 수습기간은 정신없이 회사에 적응하며 그 체제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밟아갔다.

회사에 적응하는 나는 무엇일까 지금도 깊이 고민된다. 하지만 적어도 그 수습 3개월의 나는 아마도 나를 서서히 없애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대학교 때의 나는 부끄럽게도 인생을 흥미로 살아왔다. 대학교도 그냥 가고 싶어서, 나의 대학 전공도 그냥 재밌어 보여서, 교환학생을 결정한 것도 떠나기 고작 6개월 전 "재밌어 보여서"준비해서 달려갔을 뿐이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살아오던 나의 인생에 회사라는 것은 말도 안 되게 복잡하고 논리 없고 재미없는 조직에 적응해가야 하는 그저 부속품 1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것이었다.


회사는 왜 그 결과를 선택해야 하는지, 왜 그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한 논리가 필요하였다. 사실 그 목적은 모든 게 돈이었다는 사실이 입사 후 3개월 동안의 나를 더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결과에는 실적이라는 포장으로 "손실의 값"을 재는 것에 불과했다. 나를 신입으로 불러들인 것도 그런 것일 테다. 이 사람을 신입으로 불러들여서 일을 가르치면 적어도 회사에 손실은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애매한 확신에서 불러온 것이겠지. 그걸 알기에 3개월은 나 자신을 버리고 회사라는 조직에 적응하는 나를 만들어갔다. 그 체제에 적응하는 척이라도 하지 못하면 수습이라는 명목 하에 나라는 사람을 바로 없던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첫 달 근무 후. 나온 월급이라는 돈은 나를 적응시키기에 엄청난 유혹이자 나 자신에게 준 뇌물이었다. 수습기간이었기에 나온 월급은 근로계약에 명시된 월급에 80% 였지만 처음으로 받은 큰돈으로 평소에 갖고 싶던 물건을 구매하며 "이것이 돈 버는 맛이구나"라고 생각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3개월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나니 이제 회사에서는 내가 대학교 때의 나를 버리고 현재 적응하였다고 생각하였는지 수습이라는 직책을 떼고 "사원"이라는 직책을 달아주었다. 이런 취업난 속에서 대로 정규직이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나 조차도 슬슬 이곳에 물들어가려고 하는구나 라는 씁쓸함도 동시에 밀려왔다. 그렇게 나는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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