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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약시 May 20. 2021

어? 이것까지 엑셀로 한다고?

중소기업의 프로그램은 엑셀 뿐이다.

우리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회사는 어디일까? 나는 단연코 MS라고 확언할 수 있다.

MS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인 "엑셀"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엑셀이 없는 회사생활이라니 잠깐 아찔해질 뻔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MS의 엑셀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가장 다양하게 활용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근데 왜 굳이 나는 콕 집어서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을까?


바로 "어? 이것까지 엑셀로 한다고?" 할 정도로, 지나칠 정도로 엑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가끔 이렇게 회사가 돌아가도 되나 아찔할 때가 있다. 내부 물류를 관리하는 시스템 하나 없이 엑셀로만 모든 내용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ERP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시도해본 적도 있으나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ERP 시스템 도입이 생각보다 큰돈이 지출된다는 이유였다. 물론 이해가 되기도 한다. 대표님의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그나마 가장 저렴한 프로그램으로 모든 내부 체계를 관리하고 싶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차피 구매해야 할 MS 라이선스에 들어있는 엑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일 테다.


하지만 문제는 이 프로그램으로 모든 게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다. 중소기업이라 해도 회사라 몇억에서 몇십억의 매출과 매입이 왔다 갔다 하곤 한다. 거기에 잡히는 매출과 매입은 단건일리가 없으니 사람 한 명이 관리하기가 벅찬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면 간략하게 정리하게 되고 결국 누락되거나 여러 건에 하나를 묻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정리하면 방대한 양을 어떻게 대충 넘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한 건에 만약 문제라도 생긴다면? 모든 자료를 다 뒤져야 한다. 그 자료에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에 없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항상 모든 게 해결된다고 믿고 있고 또 그렇기도 하다. 나와 같은 일개 사원들이 자료를 뒤지고 뒤져 결국 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위의 분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걸 하라고 뽑은 것이 티가 난다. 그래서 이런 의미 없는 일을 할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문제만 해결하자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가끔은 화가 난다. 왜 토익 같은 자격증을 땄을까? 그냥 엑셀이나 뒤지는 일을 하게 될 줄 알았으면 따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엑셀에 의존할지 모르겠다. 아마 나도 그 위에 올라가면 이 모든 과정을 잊고 자료를 찾아오라고 지시만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찾는 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계속해서 엑셀은 사용될 테고 이런 문제는 반복될지도 모른다. 망각이 무서운 것일까? 돈이 무서운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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