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는 회사에서 인스턴트커피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원두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사내 카페 혹은 1층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곤 한다.
회사에서 캡슐커피 혹은 원두커피를 제공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그래도 굳이 사내 카페를 가서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마시고 있는 내 친구들도 많다.
또한, 회사 1층 편의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근데 다들 보면 와서 별거 사는 것도 없다. 음료수나 캔디나 껌 같은 주전부리를 천 원 단위로 아주 조금씩 사 온다. 그리고는 정작 와서 까먹지를 않는다. 그냥 책상 위나 서랍에 고이 넣어놓는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나의 경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회사에서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 갑갑하다. 나의 이 좁은 자리에서 키보드나 탁탁거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조금 숨 막힐 때가 있다.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지 정체성에 의문이 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편의점에 가서 음료나 커피를 마시면서 건물 밖으로 나가 햇살을 한번 쬐면 그나마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 풀리기 때문이다.
둘째로 일을 하다가 욕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냥이 아니라 욕을 신명 나게 먹었을 경우다. 내 잘못으로 욕을 먹은 날에는 우울한 기분에 나가서 커피 한잔하면서 선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잘못을 깨닫고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대리가 된 이후에는 그런 경우보다는 그냥 만만해서 욕을 먹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면 내 아랫사람들과 윗사람들에게 대놓고 티를 낼 수는 없으니 편의점을 가서 달달한 사탕 혹은 커피 한잔을 사서 입에 넣으며 '그래 이 소소한 돈이라도 벌어야 내가 와서 이걸 먹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분노를 잠재우려 노력한다.
셋째로 고객사가 답답한 경우다. 일을 하다 보면 고객사 혹은 매출사가 답답한 경우가 있다. 같은 이야기를 5번 이상 반복하다 보면 내가 도대체 사람하고 말을 하는 건지 답답해질 때가 있다. 물론 그 고객사에서 모르고 그러는 경우라면 나도 이해시키려 노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그냥 내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걸리는 날에는 바로 1층 편의점 혹은 카페로 내려가서 햇살을 쬐게 되는 것이다.
남들은 어떤 이유로 내려가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적어도 저런 이유들이 바탕이 되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돼주지 않겠으나 적어도 조금의 위로라도 되어주니 참 다행이다.